조경란 신임 특허법원장은 여성 법관으로는 처음 고등법원장급 보직인 특허법원장에 기용됐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물론 여성 대법관이 6명(전직 3명·현직 3명)이나 배출된 마당에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고등법원장에 여성이 기용된 것이 무슨 그리 큰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할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고심 재판에만 관여할 뿐 사법행정과는 비교적 거리가 먼 대법관과 달리 일선 법원장은 기관장으로서 사법행정상 소속 법관과 법원공무원들을 지휘하고 감독한다는 점에서 여성 법관의 고법원장급 발탁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향후 더 많은 여성 판사들이 법원 고위직에 진출할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역대 여성 대법관 중 일선 기관장인 법원장을 거쳐 그 자리까지 올라간 이는 광주지법원장 출신 전수안 전 대법관뿐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과 김소영, 박정화, 민유숙 현 대법관은 모두 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일선 법원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박보영 전 대법관은 변호사 출신이다.
한 여성 변호사는 “법원장과 지원장은 사법행정을 주도하는 일선 기관장이란 점에서 사법부의 ‘허리’에 해당한다”며 “여성 법원장, 지원장 증가는 법원 내 여성 인력의 풀을 넓혀 장차 대법관 임명에서도 남녀평등을 이루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여성 판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대법관 등 사법부 최고위직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해당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올해 총 14명이 승진한 가운데 여성도 지영난(51·사법연수원 22기) 대전고법 청주원외재판부 부장판사, 김경란(49·〃23기), 특허법원 부장판사, 김복형(50·〃24기) 서울고법 춘천원외재판부 부장판사 3명이 포함됐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여성 법관은 매년 1명가량이 고법 부장으로 승진했는데 올해는 3명이 이름을 올려 여성 판사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또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주요 지원인 수원지법 성남·평택·안양지원 지원장이 모두 여성 법관으로 채워졌다. 고연금(50·사법연수원 23기) 성남지원장, 송혜영(53·〃24기) 평택지원장, 김정숙(51·〃24기) 안양지원장이 주인공이다. 이밖에 서경희(56·사법연수원 24기) 울산지법 수석부장판사도 이번 인사에서 지법 부장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수석부장에 기용됐다.
부장이 아닌 지방법원 판사급의 여성 법관으로는 이영미(42·사법연수원 35기)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과 안금선(38·〃36기) 법원행정처 인사2심의관이 나란히 사법행정의 컨트롤타워에 해당하는 행정처 심의관으로 발탁돼 ‘김명수호’ 사법부의 사법제도 및 인사 시스템 개혁을 주도하게 됐다. 문선주(40·사법연수원 34기), 이선미(40·사법연수원 34기)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을 겸임하게 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