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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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트럼프의 ‘핵가방’ 문제로 미·중 충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9일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간 ‘핵가방’ (nuclear football) 문제로 미·중 간에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미국의 언론 매체 ‘악시오스’(Axios)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미국 측 방문단이 시 주석의 초청으로 인민대회당으로 들어가려 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보좌관이 핵 가방을 든 채 수행하려 했으나 중국 측 경호 요원이 이를 제지해 양측 간에 마찰이 생겼었다고 이 매체가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의 대통령은 국내외를 이동할 때마다 핵 가방을 든 군사 보좌관이 가까이에서 수행하고, 이때 주치의도 항상 대통령 곁에 있도록 한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관행대로 움직이려 했으나 중국 경호 요원이 핵 가방을 인민대회당으로 들고 가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이 매체는 “미국 관리는 서둘러 (인민대회당) 부속실로 가서 켈리 비서실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면서 “켈리 비서실장은 미국 관리에게 물러서지 말고 계속 걸어 들어가라고 지시했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 관리들은 모두 다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 순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중국의 경호 요원 한 명이 켈리 비서실장을 움켜잡았고, 켈리 실장은 중국 요원의 손을 뿌리치며 밀고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때 백악관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중국 경호 요원을 붙잡아 땅바닥에 내다 꽂았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 난투극이 순식간에 일어났고, 미국 정부 관리들은 이 소동을 비밀에 부치도록 조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중국 방문에 앞서 통상적인 보안 관행에 관해 중국 측에 브리핑했었고, 이 프로토콜에 따라 움직였다고 미국의 한 관리가 밝혔다. 이 매체는 “중국 측 관계자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전달받지 않았거나 아니면 이 사실을 알고도 미국에 한판 시비를 걸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중국 관계자가 미국 대통령의 핵 가방에 어느 경우에도 손을 댈 수가 없고, 가방 자체를 만져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경호 책임자는 오해가 발생한 데 대해 미국 측에 나중에 사과했다”고 전했다.

핵 가방은 미국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곁에 둬야 하는 무게 20kg가량의 검은 서류 가방이다. 핵 가방에는 핵 공격 매뉴얼과 암호가 들어있다. 미국 백악관의 군사 보좌관이 이 핵 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대통령을 수행한다. 이 보좌관에는 현역 미군 장교가 임명된다. 미국은 대통령 유고 시에 대비해 부통령에게 핵 가방을 배정해 놓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핵 공격을 받는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핵 가방을 열어 미국이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범위와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매뉴얼이 갖춰져 있다.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발사 명령 인증 코드가 담긴 보안카드인 ‘비스킷’(biscuit)을 늘 휴대하고 다닌다. 대통령이 이 비스킷으로 신원을 증명한 뒤 국방부 워룸에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국방부 당국자와 전략사령부 요원에게 핵 공격 개시 명령을 내린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