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혐의 부인했던 MB 구속…검찰 "수사 이제부터 시작"

李 前 대통령 구속수감/소환 당시 “나는 전혀 모르는 일”/MB 영장 실질심사 불출석 의사/법원, 檢서류만 검토뒤 영장 발부/추가 수사따라 혐의 늘어날수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구속수감 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14일 소환조사 당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옛 측근들이 거짓말을 하고 증거를 조작했다” 등 반응을 보인 이 전 대통령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동시에 1995년 노태우·전두환,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4번째로 검찰에 구속된 ·현직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았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와 의견서, 수사기록 등 서류만 검토한 뒤 영장 발부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앞서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동안 법원은 피의자가 영장심사를 거부하면 통상 쉽게 영장을 발부해왔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에 연루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된 진경준 전 검사장, 법조비리 사건에 연루된 홍만표 전 검사장과 김수천·최유정 전 부장판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영장심사 법정에 서서 억울함을 호소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고 법원은 서류심사만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MB “모든 것은 내 탓” 이명박 전 대통령이 22일 구속영장 발부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심경을 담아 공개한 메모.
재경지법의 한 법관은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고 해서 영장이 100% 발부되는 건 아니다”면서 “아무래도 법관 입장에선 피의자가 영장심사에 나오지 않으면 ‘범행을 자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 구속은 수사의 끝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다.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한 의혹들은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향후 추가 수사결과에 따라 이 전 대통령 혐의는 총 20여개로 늘어날 수 있다.

우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인 2010년 현대건설에서 2억6000만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추가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현대건설이 다스 자회사 홍은프레닝을 거래 중간에 끼워넣는 수법으로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본다. 김백준(구속기소)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 지시로 현대건설 측에 ‘홍은프레닝에 특혜를 주라’고 요청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엔 실소유주 가려질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에 대한 법원 결정을 앞둔 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는 경북 경주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본사 내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경주=뉴시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임기 중 ABC상사에서 2억원의 뇌물을 받은 뒤 캄보디아 등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이 회사 사업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부동산과 예금을 차명으로 보유한 행위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과 조세포탈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인 이영배(구속기소) 금강 대표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저지른 158억원대 횡령·배임 사건도 이 전 대통령이 ‘공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검찰은 청계재단이 자리한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약 3500건의 청와대 문건을 발견했다. 여기엔 이명박정부 시절 야당 정치인, 사법부 등을 표적으로 한 온갖 정치공작에 이 전 대통령과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다수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문건 내용의 수사에 본격 착수하면 이 전 대통령 혐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