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맡았던 장애인체육은 애틋한 분야다. 처음 접한 건 2015년 5월이다. 당시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취재를 다녀왔다. 결과를 떠나 해맑게 웃으며 달리는 선수들,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에 놀라 울다가 마스코트 인형을 받고 금세 미소를 되찾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 뒤 크고 작은 대회와 훈련 현장을 종종 취재했다.
장애인체육 현장을 나가보면 삶의 동기 부여를 얻는다. 선수 대부분은 중도 장애인이다. 다수가 처음에는 장애를 갖게 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안에만 있다가 스포츠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온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들의 삶을 듣고 있으면 조금이라도 나태했던 나에게 자극이 된다.
장애인체육의 묘미를 많은 사람에게 알린 건 평창패럴림픽의 유산이다. 지난 10일 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한-일전은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경기장은 관중이 외치는 함성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프로야구나 축구 대표팀 경기 현장 취재를 나가면 관중이 내뿜는 함성에 종종 희열을 느끼곤 하는데 장애인스포츠 현장에서도 이에 못지않은 짜릿한 쾌감을 그때 처음 받았다. 덩달아 신이 난 선수들도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에이스 정승환은 경기 후 “이렇게 많은 관중의 응원을 받으며 한 경기는 처음이다. 긴장됐지만 힘이 났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 |
하지만 최근 만난 대한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너무 빨리 잊힐까 우려된다. 과거처럼 대회 뒤 모두가 상실감에 빠질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장애인체육에 매료된 이들은 기사 댓글과 각종 게시판을 통해 꾸준히 관심 갖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장애인아시안게임이 열린다. 2년 뒤엔 도쿄, 4년 뒤엔 베이징에서 감동의 열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평창에서 우리가 보여준 관심과 성원만 이어가도 훌륭한 패럴림픽 유산이 될 것이다.
최형창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