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소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레이스가 어디이고 한국 관광의 최신 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환전소가 새로 생기고 외국인이 떠난 곳에서는 환전소도 함께 자취를 감춘다.
30일 세계일보가 관세청에서 받은 ‘서울 소재 환전영업자 현황(자치구별)’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전체 환전영업자(환전소)는 2016년 767곳에서 지난해 736곳으로 1년 새 31곳이나 줄었다. 2015년 이전에는 환전소 관리·감독 업무를 관세청이 아닌 한국은행이 맡았다. 관세청 관계자는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환전소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로(3곳)와 금천(6곳), 마포(6곳), 서대문(1곳), 송파(2곳) 5개구는 오히려 환전소가 늘었다. 이 가운데 마포, 송파, 서대문은 각각 망리단길과 상수동, ‘송리단길(송파구+연리단길)’, 연남동 같은 신흥 핫플레이스를 보유한 자치구들이다. 구로구와 금천구는 중국동포 등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그만큼 환전 수요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명동, 인사동 같은 대표적 관광지와 고궁, 종묘 등 문화재가 몰려 있는 중구와 종로구는 환전소가 각각 16곳, 5곳 줄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관광명소에서 벗어나 망리단길, 송리단길 등 ‘골목길’로 유입되는 건 실재하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남조 한양대 교수(관광학)는 “여러 요인으로 외국인도 내국인이 좋아하는 핫플레이스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한 나라에 대한 관광 정보가 늘고 관광 경험이 풍부해질수록 그 나라의 랜드마크보다는 고유한 문화나 골목길 투어를 경험하고 싶어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줄어든 지역과 새로 유입되는 지역들 모두 각기 고민을 안고 있다. 명동 등지에서는 이용객이 급감한 환전영업자와 숙박업자 등 관광업계 종사자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중앙정부로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의 다양한 장소를 골고루 찾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활성화 같은 경우는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명동 환전소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가상화폐 투자자 환전 창구로 기능을 탈바꿈 중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한 중국 출신 사업가는 “최근 명동 환전소를 보면 이전과 달리 환율 변동이 심한데 이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외환거래 창구로 이용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곳이었던 환전소가 큰손들의 ‘환치기 투자’에 동원된다는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골목길 핫플레이스들도 나름의 고민은 있다. 낙후했던 구도심이 번성할수록 원주민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관광객이 몰릴수록 대규모 상업시설이나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임대료와 권리금이 오르면서 결국 원래 있던 가게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김남조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나는 지역은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다시 침체되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주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세입자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사진하상윤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