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S스토리] 하늘하늘… 알록달록…한복입기 ‘놀이’가 되다

직장인·대학생들 즐기는 문화로… 한복사진·동호회 활동 정보 공유
“오랜만이에요. 어머, 저고리 정말 예쁘다. 어디에서 샀어요?”

지난달 20일 서울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 출구 앞. 한복 입은 남녀들이 모여들었다. 고운 초록색 치마에 도트무늬 검은 저고리로 세련된 느낌을 주는 한복, 올해 유행 컬러인 보라색으로 통일감을 준 한복, 노란 치마에 검은 자수 쾌자로 포인트를 준 한복 등 각양각색이다. 길가던 시민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고 뒤돌아 한번 더 보기도 한다. 10명 남짓 모이자 이들은 하늘공원으로 향했다.

꽃이 폈을 거라 짐작하고 잡은 모임이었지만 전날 내린 비에 놀란 듯 나무들은 아직 꽃봉오리를 꽁꽁 닫고 있었다. 그래도 사진을 찍으면 만족스럽다. 꽃처럼 하늘하늘하고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었기에 어떻게 담아도 그림이 된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나눠 먹은 뒤 망원동 카페로 이동해 수다판을 벌인다. 새로 나온 한복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 한복을 입고 지하철을 탔다가 겪은 에피소드, 그 밖의 사는 이야기 등이 오간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한복 세상을 꿈꾸다’는 한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다. 평범한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주로 활동한다. 회원들은 한복에 대해 공부하고 정보를 나누며 일상에서 한복을 즐기는 문화가 더욱 확산하도록 강강술래 행사, 세미나 개최 등 각종 활동을 벌인다.

어릴 적부터 한복 입기를 좋아했던 ‘한꿈’의 홍경아(49) 대표는 2011년 신라호텔이 한복 입은 고객의 출입을 막은 일을 계기로 한복 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에 나섰다.

“처음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험악한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은 ‘무당이냐’는 것이고, 이단종교, 기생, 심지어 엿장수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죠. 내 나라에서 내 나라 옷을 입고 다니는 게 이렇게 웃음거리가 될 일인가 속상했습니다. 오히려 외국인들은 아름답다고 찬사를 보내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한복에 관심을 갖고 동호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났다.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복 사진과 동호회를 접하며 한복 입기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출근할 때도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 ‘한꿈’ 회원 지소명(31)씨는 “입어보니 불편하지 않고 관리하기도 쉽다. 무엇보다 한복을 입으면 내가 예뻐 보이는 것 같아 푹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