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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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한국불교 1644년

‘송사’의 기록, “고려 동쪽에 굴(穴)이 있는데 수신(?神)이라고 한다. 10월 보름날에는 수신을 맞아 제사를 지낸다. 이를 팔관재라고 한다.” 송사는 원나라 때 편찬된 중국정사 25사 중 하나다. 팔관재는 고려의 최대 불교행사다. 수신이 무엇이기에 팔관재의 중심을 이룬 걸까.

그 역사는 부여·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지’ 위서동이전 부여조, “나라 동쪽에 큰 굴이 있는데 수혈(隧穴)이라 한다. 10월 온 나라에서 모여 수신(隧神)을 맞이하는데… 나무로 만든 수신을 신의 자리에 모신다.” 부여의 제천행사 동맹의 모습이다. ‘구당서’ 동이열전 고구려조, “국성(평양) 동쪽에 신수(神隧)라는 큰 동굴이 있다. 해마다 10월 왕은 그곳에서 친히 제사를 지낸다.” ‘북사’ 열전 고구려조, “신묘가 두 군데 있는데, 하나는 부여신으로 나무를 조각해 부인상을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고등신(高登神)으로 고구려 시조이자 부여신의 아들이다. … 대개 하백의 딸과 주몽이라고 한다.”

동굴 수(隧), 수의 수(?). 한자가 다르다. 하지만 두 수신은 다르지 않다. 송사 편찬자가 조상을 모신다는 뜻에서 수(?)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수신이 한자어인지도 분명치 않다.

수신은 혈연을 끊고 해탈을 꾀하는 불교 세계관과는 다르다. 불교가 전해진 때는 고구려 소수림왕 4년, 서기 374년. 1644년 전이다. 그해 전진의 승려 아도가 왔다. 한국 불교는 조상신을 섬기는 전통신앙과 결합해 정신적인 전통을 이어왔다. 팔관재가 그것을 잘 말해 준다. 삼국·고려의 호국불교와 기복적인 불교, 그에 닿아 있다. 남방 소승불교가 우리나라에서 맥을 못 춘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하나같이 천년 고찰이다. 이들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고 한다.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등재 권고를 내림으로써 이변이 없는 한 등재된다고 한다. 장구한 불교 역사에 비춰 보면 늦은 감이 있다. 스스로 물어야 할 점 하나, “수천 년을 이어온 우리의 전통은 어디 있는가.”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