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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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자치경찰 중립성 확보 대책 필요”

검찰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경찰제’ 시행과 관련해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치경찰 인사권 등에 부당한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한 것이다. 검찰은 그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강조했다. 따라서 검찰의 이번 입장은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2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안’을 놓고 검찰 측 검토 의견을 담은 공문을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에 최근 보냈다. 자치경찰제란 경찰청장을 정점으로 일원화한 현행 국가경찰제를 ‘국가경찰’과 ‘지방경찰’로 나누고 일부 권한을 지자체장에게 넘기는 것이다.

검찰은 우선 자치경찰이 지자체장의 부당한 입김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경찰개혁위원회가 자치경찰의 심의·의결기구로 둘 것을 제안한 ‘자치경찰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검찰이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자치경찰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시·도의회 동의를 얻어 지자체장이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을 임명하고 위원장은 호선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자치경찰이 지자체장의 눈치를 볼 경우 정당한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많은 만큼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자치경찰 인사의 중립성 강화 필요성도 거론했다. “자치경찰이 지자체장의 부당한 간섭이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중립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자치경찰위원회 동의나 제청으로 지자체장이 임명한 자치경찰 기관장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 국가경찰이 상호 대등한 여러 조직으로 갈라진 후 발생할 경찰 간 분쟁을 해결할 방안도 언급했다. 예컨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의견이 다른 쟁점에 대해 자율 협의가 어려울 경우 국가경찰위원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이 결정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검찰은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를 대비해 국가경찰의 비상 지휘·명령권 발동요건과 통제방안 등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주민이 경찰을 통제할 수 있다”면서 “이에 발맞춰 검찰의 조직과 기능도 같이 바뀌어야 한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2020년 자치경찰제가 전국에서 시행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 로드맵을 지난달 2일 발표했다. 분권위원회는 관계기관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다음달 중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내년 5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향후 17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