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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낙태 원하는 여성 폄훼 의도 없다"

‘낙태죄’ 규정 형법 주무부처 법무부, 헌재에 ‘합견’ 의견서 제출 / 오늘 ‘낙태죄 위헌’ 헌법소원 사건 공개변론에서 찬반 양측 격돌
법무부가 ‘낙태죄는 합헌’이란 취지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것과 관련,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확산하자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헌재는 24일 ‘낙태죄는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연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공개변론을 앞두고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합헌’ 의견을 개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태아의 생명권은 성장 상태와 무관하게 보호되어야 할 중대한 기본권”이라며 “현행법상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과잉제한되고 있지 않으므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법무부 의견서의 구체적 내용이 알려진 뒤 여성들을 중심으로 법무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법무부가 위헌 주장 측을 무책임하게 성교하고 책임지지 않는 여성으로 설정한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한 대학생이 관련 집회에서 ‘내 몸은 불법이 되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법무부는 전날 해명자료에서 “성교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적절한 피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항상 임신 가능성이 있다”며 “낙태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임신에 대해 ‘원치 않는 부당한 부담’으로 이해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무책임한 여성으로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임신으로 겪게 되는 신체·사회적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성교의 책임은 남녀 모두에게 있는데 그 결과에 해당하는 임신은 온전히 여성한테만 부담을 지우는 현실을 법무부가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에 법무부는 “임신으로 인해 여성이 겪게 되는 신체·사회적 변화를 충분히 고려했다”며 “다만 낙태 허용이 여성이 임신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 허용 시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병리 현상 - 낙태율 급증,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 생명경시 풍조 확산 등이 초래될 수 있다”며 “임신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양육지원 확충, 한부모 가족 정책 강화, 사교육비 경감, 가정친화적 직장문화 조성 등 사회 상황의 개선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염수정 추기경(왼쪽 3번째)이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반대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에 참석해 다른 천주교 인사들과 함께 서명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편 헌재는 오후 2시부터 종로구 헌재 청사 대심판정에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둘러싼 공개변론을 갖는다. 앞서 여성들에게 여러 차례 낙태 시술을 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산부인과 의사 A씨가 2015년 “낙태죄는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 재판관 4(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낙태죄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재판관들 견해가 팽팽히 엇갈렸으나 ‘법률 조항의 위헌 선고에는 재판관 6명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에 가로막혀 결국 합헌 판정으로 귀착했다. 그 사이 6년 세월이 흘렀고 재판부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으며 사회적 가치관도 많이 달라진 만큼 헌재 안팎에선 ‘결론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