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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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10만t 매년 바다로"…플라스틱과의 전쟁 서막

EU, 면봉·빨대·물수건 등 퇴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오염의 원흉으로 지목된 유럽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퇴출 움직임이 거세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해양 쓰레기 감축 방안으로 2021년까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면봉이나 빨대, 풍선 막대, 식기, 음식물 용기, 음료수병, 담배꽁초, 테이크아웃 포장재, 과자 및 사탕 포장재, 물수건 및 위생용품, 그물 등의 사용 금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바다에서 쉽게 발견되는 이들 플라스틱 제품 10가지가 포함된 해양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에 지목된 10개 플라스틱 제품은 전체 해양 쓰레기의 70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EU 회원국은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병의 90%를 수거해야 한다. 프란스 티머만스 집행위 부위원장은 모든 플라스틱 제품이 완전히 금지되지는 않지만 이런 플라스틱 제품을 친환경적인 물질로 대체해서 만들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U 집행위의 이번 제안은 유럽의회와 회원국 정부의 동의를 받아야 발효된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차기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5월 이전에 결과가 드러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U 집행위는 해마다 유럽에서만 2580만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재활용되는 물량은 30%이고, 31%는 매립, 나머지 39%는 소각된다.

해양 환경단체 ‘씨스 앳 리스크’(Seas at Risk)에 따르면 유럽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10만t이 매년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이 단체가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 수와 일회용 커피잔 수는 연간 각각 364억개와 160억개에 달한다. EU 28개국 가운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스페인으로 1인당 연간 110개가량이 소비되고, 스웨덴 국민은 한 해 평균 47개의 플라스틱 커피 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U 28개국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한 해 동안 외부로 반출된 플라스틱 빨대를 이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10번 왕복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은 물론 생태계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이미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퇴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은 연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고, 캐나다 밴쿠버 시의회도 내년 6월부터 식당·술집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스위스 일부 도시와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에서도 식당과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커피 스틱을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아프리카 케냐는 플라스틱 포장재를 팔거나 사용하는 사람에게 최고 징역 4년형을 구형하는 법안을 지난해 도입했다.

플라스틱 제품 금지 조치는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라스틱유럽 영국본부의 킴 크리스티안센 대표는 FT에 “지름길을 찾지 말라”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경제 토대를 위한 구조적 변화를 단순히 금지를 통해 성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규제안 시행과 관련해 찬반 양측의 격렬한 로비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