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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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불량 부품 사용한 삼성TV ‘빛샘현상’

LG전자에 이어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 TV에서 백라이트 불량인 ‘빛샘현상’(사진)이 나타나고 있다. LG전자가 불량의 원인으로 지목한 부품이 삼성전자 TV에도 사용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빛샘현상 관련 복수의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빛샘현상은 백라이트인 LED(발광다이오드) 모듈에 붙은 확산렌즈가 탈락하면서 발생하는 제품 불량이다. LCD는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뒤에서 빛을 쏴주는 LED 백라이트가 필요하다. 적색과 녹색, 청색(RGB)으로 구성된 LCD가 셀로판지처럼 영상신호에 맞는 색을 만들면 LED 백라이트로 화면을 표현하게 된다.

LED는 빛을 한쪽으로 모아주는 성질을 갖는다. 이 때문에 LED 백라이트 모듈 위 확산렌즈를 붙인다. LED 빛은 확산렌즈를 통과하면서 화면 전체에 골고루 퍼진다. 확산렌즈와 LED를 붙이기 위해서 ‘에폭시’라는 접착제가 사용된다.

빛샘현상은 확산렌즈가 LED 모듈에서 떨어지면서 발생한다. 질 낮은 에폭시가 습기나 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LED 모듈에 붙어 있던 확산렌즈는 서서히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LED가 쏜 빛은 퍼지지 않고 화면 특정 부분에 집중된다. 이때 TV에는 하얀 구멍이 생긴 것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앞서 문제가 생긴 LG전자는 불량의 원인을 H사의 에폭시라고 밝혔다. H사는 2013년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독일산 에폭시와 같은 품질의 기술력을 갖춰 대기업 납품에 성공했다. LG전자는 이 부품을 활용해 LCD TV를 제작했다. 하지만 H사가 원가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일부 불량 에폭시를 생산했고, 이 부품이 LG전자 TV에 그대로 활용됐다. 문제가 된 제품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9월 사이에 생산된 LCD TV다.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 역시 H사의 에폭시를 사용했다. 업계는 삼성전자 TV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전문가는 “LCD TV에 같은 불량 부품이 쓰였다면 제조사를 불문하고 같은 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며 “빛샘현상은 렌즈가 탈락하기 전 TV 속 화면의 색이 고르지 못한 현상부터 시작되는데 일반 소비자들이 인지하기까지 보통 2~3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TV의 핵심부품 보증기간은 2년이다. 보통 2년이 지나서 빛샘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대부분의 소비자는 유상으로 제품을 수리해야 한다. 비용은 출고가 기준으로 사용 기간(△2~3년 20% △4~5년 30% △6~7년 40%)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빛샘현상으로 서비스센터에 접수된 불량이 10건도 채 되지 않아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같은 에폭시 부품이 사용됐으니 같은 불량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은 기우”라고 말했다. 이어 ”LG전자와는 달리 통풍이 잘되는 방식으로 TV가 설계됐다”면서 “(이 현상은) 부품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