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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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품격과 실용의 공간… 한옥에 살어리랏다

친환경 재료에 ‘전통미+편리성’ 접목 / 주택·관공서·식당 등 한옥 건축 열풍 / 2017년 전국 전체 건축물 중 7.6% 차지
‘한옥의 온고지신’. 외관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내부 시설은 현대적으로 꾸민 한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남 여수시 소라면 현천리에 사는 조용준(57)씨는 3년 전 꿈에 그리던 한옥을 신축했다. 전통기와를 얹은 팔작지붕에 기둥 4칸짜리(100㎡) 전통한옥으로, 기둥·서까래·마루·벽체 등 모든 재료는 나무와 황토를 사용했다.

여름철 무더위에 대비해 각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했지만, 한옥 자체가 시원해 실제 사용은 손에 꼽을 정도다. 창호와 주방, 화장실 등은 현대 생활에 적합한 소재와 시설로 꾸며 편의성을 높였다. 고민 끝에 구들장을 깔아 만든 온돌방은 겨우내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 군불을 때는 데 필요한 장작이나 목재 팰릿은 전화 한 통만 하면 업체가 집까지 실어다 준다. 덕분에 겨울철 난방비가 3분의 1 이상 줄었다.

조씨가 이 집을 짓는 데 투자한 비용은 3억원 정도. 이 중 7000만원은 여수시가 지원하는 보조금과 융자금으로 충당해 부담을 덜었다. 이 동네에서 최근 조씨처럼 한옥을 지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주민은 원주민 2가구를 포함해 16가구다. 연령도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다. 덩달아 29가구에 불과하던 마을 주민은 43가구로 늘었다. 한옥이 시골 마을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조씨는 “친환경 재료로 지은 한옥에 현대 건축물의 실용성을 두루 접목해 ‘한옥은 생활하기 불편하다’는 것은 옛말이 됐다”며 “요즘 한옥을 짓기 위해 구경하거나 부지를 물색하는 이들이 매일 찾아올 정도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옥 건축 바람이 거세다. 한옥은 주거뿐만 아니라 도서관·주민센터 등 관공서 건물과 어린이집 등 공공건축물, 호텔·식당·찻집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세움터’ 건축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한옥 건축물은 지난해 54만여 동으로 전체 건축물(712만동)의 7.6%를 차지했다. 이 중 8100여 동(1.8%)이 공공 한옥건축물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개인이나 종교단체 등이 소유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9만3000동(17.4%)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이어 전남 8만8000동(16.4%), 경남 7만5000동(14.0%) 등 순이다. 공공 한옥 건축물은 전남 1457동(17.9%), 서울 1254동(15.4%), 경북 1033동(12.7%)으로, 이들 3개 지자체가 전국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