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자와시에 있는 ‘윤봉길 암장지적비’는 일제가 1932년 12월 윤봉길 의사를 처형한 뒤 시신을 몰래 묻은 곳에 세워져 있다. 독립기념관 제공 |
나라를 잃어 해외를 떠돌면서도 한 치 독립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투사들, 끝내는 목숨까지 던지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열사들의 혼이 국외 독립운동 사적지 곳곳에 서려 있다.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지난 5월 130여년 만에 재개관하며 감격을 맛보았으나 대한제국의 재외공관에는 망국의 슬픔이 짙다.
주영공사를 지낸 이한응은 일제의 강요로 공사관이 문을 닫게 되자 1905년 공사관 건물에서 자결했다. 주러공사 이범진은 1911년 1월 “구적(仇敵·원수)에 대해 보복할 수 없고 또 책벌을 가할 수 없음이 심히 유감”이라고 한탄하며 목숨을 끊었다. 대만 타이베이시에는 1928년 일왕의 장인 구니노미야를 처단하려다 체포된 조명하 의사의 순국지가 있다. 타이베이 형무소에 수감된 그는 사형 집행 때까지 의연한 자세로 수형생활을 해 교도관들을 감동시켰다고 전한다.
유해 봉환은 묘소 확인이 어렵고, 그나마 확인된 곳 중에는 해당 지역의 개발 등으로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충칭의 ‘화상산 한인묘지’는 임시정부 요인들이 많이 묻힌 곳이지만 “인근에 담배공장창고와 쓰레기 처리장이 있어 폐기물이 흘러내리고, 토사가 많이 깎여 내려가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1946∼2017년 134위의 유해가 봉환됐으며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 약 140기의 독립유공자 묘소가 존재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