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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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특활비 절반의 개혁…행정·사법부는 언제 수술하나

여야 원내대표가 어제 교섭단체가 받아온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지난 8일 특활비를 양성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폐지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 차원의 특활비 제도 개선안은 16일 별도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단체 지원 명목의 특활비 폐지는 미흡하지만 반가운 결정이다. 그러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특활비 폐지 후 업무추진비 증액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8일 내년부터 특활비를 업무추진비 등으로 전환해 양성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혹여 업무추진비를 늘린다면 이름만 바꿔 특활비를 계속 받아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 차원의 특활비는 절반 가량 줄이고, 기밀을 필요로 하는 특활비 이외 나머지는 영수증 첨부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득권 반만 내려놓기’ ‘꼼수’등의 비판이 여전히 나올 수 밖에 없다.

등 떠밀려 내놓은 개선책이지만 국회가 앞장선 만큼 이제 특활비 수술은 행정부와 사법부 등 공직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행정부는 지난 10년간 특활비로 4조원 가까운 엄청난 혈세를 쌈짓돈 쓰듯 했다. 국정원의 경우 특활비가 정치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특활비 청와대 상납’ 논란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의 경우도 대법원장과 대법관 등에게 특활비가 수당처럼 매달 꼬박꼬박 지급돼 온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정부는 특활비가 도마에 오르자 올해 예산에서 각 부처 특활비를 지난 해보다 17.9% 준 3289억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해 특활비 예산을 22.7% 줄였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원래 취지에서 벗어난 특활비는 모두 없애는 게 마땅하다. 꼭 필요한 곳이라면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활동비로 전환해야 한다. 조속히 명확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