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불법촬영 영상물 삭제 등을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후 100일간 1040명이 신고했다고 한다. 개소 50일 당시 신고한 493명의 배가 넘는다. 피해자들이 속속 지원센터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한 피해 여성은 기관의 도움을 받아 불법영상을 삭제했지만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는 규모에 두 손을 들었단다. 결국 직장도 그만두고 남들이 알아볼까 아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해 인생이 송두리째 망가졌다. 피해자 한 명당 많게는 1000건 이상 유포됐다니 어이가 없다.
불법 촬영했거나 그 촬영물을 유포해 적발된 사건은 2011년 1523건에서 2016년 5185건으로 3.4배나 늘었다. 피해자 중 여성이 약 90%이고, 가해자 대부분은 배우자, 전 연인 등 아는 사람이었다. 문제는 경찰의 불구속 수사율이 97%에 달한다는 것이다. 불법촬영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이는 수만명의 여성들이 시위 구호로 가장 앞세우는 게 ‘구속 수사’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한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출범 이후 80여 건 제출됐으나 계류 중이다.
디지털성범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인격 살인’이다. 국민 누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될 수 있고, 불법영상물 확산 속도가 워낙 빨라 피해 구제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디지털성범죄=성폭력’이란 사회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다. 경찰청이 어제 ‘사이버성폭력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100일간 특별단속하기로 했다. 피해자가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서는 안 된다. 몰카 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