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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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금융사 종합검사…"잘하면 면제, 못하면 확대"

윤석헌 금감원장, ‘당근과 채찍’ 전략 입장 밝혀 / 지배구조·내부통제 적정성 등 따져 검사 대상 선정 / 감독목표 부합 땐 검사주기 연장 등 인센티브 제공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초 ‘종합검사’부활을 천명했다. 한 달여 지난 14일엔 “금융회사가 금융감독 목표에 부합하면 감면받을 수 있는 유인체계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채찍과 당근’ 전략으로 읽힌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윤 원장은 이날 금감원 검사국 검사팀장·검사반장 역량강화 연수에서 “금융회사의 부실한 내부통제와 단기성과 중심 경영 등이 지속되면서 금융사고와 불건전 영업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영업행위 및 내부통제 검사를 확대하고 금융회사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검사가 필요하다”고 다시 강조했다.

동시에 ‘숨구멍’을 열어뒀다. 윤 원장은 “일각에서 금융회사 수검부담이 가중되는 과거 관행적, 지적 위주의 종합검사 부활로 오해하고 있다”며 “감독목표 이행 여부,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적정성, 원활한 내부감사 기능 작동 여부 등을 고려해 종합검사 대상 회사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종합검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경영실태평가 및 부문 검사만 하고 종합검사 면제나 검사주기 연장 등 인센티브 제공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종합검사 부활이 말해주듯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감독은 강화되는 흐름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정체성을 되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금감원의 감독기능은 쪼그라들기만 한 게 사실이다. 산업 육성을 위해 감독 기능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결과였다. 급기야 금감원은 2015년 금융회사 자율성 강화 등을 내세워 종합검사제도를 폐지하고 금융사 경영실태 평가로 대체했다.

이후 금감원 저변엔 ‘물검사’ 논란과 함께 “우리의 존재이유를 모르겠다”며 정체성 상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외곽에선 “제때 경고음을 울려야 하는 본분을 잊고 정부 정책에 맞춰 스스로 자기검열하는 현실”(김홍범 경상대 교수)이라는 식의 비판들도 나왔다. 

종합검사가 금융사들에게 적잖은 부담인 것은 사실이다. 종합검사는 사람에 빗대면 종합검진, 시험으로 치면 전과목·전범위 기말고사 같은 것이다. 금융사의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내부통제, 영업행위 등 전체 영역을 ‘스캔’한다. 전체를 점검하다 보니 투입 인원도 많고 기간도 상당하다. 금융권 관계자 A씨는 “무엇보다 종합검사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사 부담감은 역설적으로 종합검사의 긍정적 효과를 예감케 한다. 금융권 관계자 B씨는 “오징어떼를 긴장시키는 장어의 역할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오징어떼가 있는 수조에 장어 한 마리를 넣으면 오징어들이 살려고 계속 도망 다니면서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팔팔하게 살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 원장은 ‘종합검사 면제’의 숨구멍을 터놓았다. 금융사가 받을 과도한 스트레스를 감안한 듯하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 방식에 대해 “중대한 법규 위반과 금융소비자 피해 발생 우려 사항을 중점 검사하고 제재하되 경미한 지적사항은 회사가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종합검사 과정에서 금융사 경영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검사 지적사항에 대한 금융사 임직원 의견을 경청하며 불필요한 자료를 과도하게 요구하지 않는 등 금융사 수검부담 완화 노력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