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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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샴페인을 뛰어 넘은 이탈리아 와인은?

샴페인 방식으로 빚는 롬바르디아 지방 프란치아꼬르타 / 벨라비스타 샴페인 보다 긴 병숙성 4~10년 거쳐 탄생
이탈리아 프란치아꼬르타 벨라비스타.
여름철 스트레스를 확 날려주는 스파클링은 어떻게 만들까요. 대개 와인을 만든 뒤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파클링은 발효 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Co2를 이용합니다. 효모는 포도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Co2를 배출하는데 이 때 뚜껑을 열어 놓으면 Co2가 날아가 일반 스틸 와인이 되고 닫아 놓으면 Co2가 와인에 녹아들면서 탄산이 돼 입안에서 버블이 팡팡 터지는 상큼한 스파클링 와인이 탄생합니다.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가지. 우선 트레디셔널 메소드(Traditional method·전통방식)로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효모, 당분과 함께 병에 넣어 2차 발효를 거칩니다. 샴페인을 이 방식으로 만들어 상파뉴 메소드(Champagne method)라고도 부르며 프랑스의 크레망(Cremant), 스페인 까바(Cava)도 전통방식으로 생산합니다. 샴페인은 규정상 최소 18개월이상 병숙성해 양조기간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이 비쌉니다. 
이탈리아 프란치아꼬르타 벨라비스타
또 하나는 샤르마(charmat) 방식으로 가압식 스틸 탱크에서 발효와 숙성이 모두 끝납니다. 이탈리아의 스푸만테(Spumante), 프로세코(Prcosecco), 아스티(Asti)와 독일 젝트(Zekt)가 이 방식입니다. 신대륙 스파클링도 샤르마 방식으로 많이 만들어요. 양조방식이 간단하고 생산기간도 짧아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단, 샤르마 방식은 넓은 탱크에서 Co2가 돌아다녀 버블이 크고 거친 편이죠. 반면 전통방식으로 만들면 좁은 병속에서 Co2가 서로 오밀조밀 끼이면서 부드럽고 미세한 버블이 만들어집니다. 또 오랫동안 효모찌꺼기와 함께 숙성되는 쉬르리(surlees) 과정을 거치되면서 빵의 풍미와 고소한 견과류 향 등이 풍성해집니다. 샴페인의 대명사 돔 페리뇽이 최소 8년이상 숙성하는 이유랍니다. 
벨라비스타 수출매니저 베라 마리사니(Vera Malisani)
이처럼 이탈리아의 스파클링은 대체로 샤르마 방식이지만 샴페인과 동일한 방식으로 양조해 프리미엄 스파클링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곳이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Lombardia) 지방의 프란치아꼬르타(Fraciacorta)랍니다. 샴페인은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 3개 품종으로 빚는데 이곳에서는 샤르도네, 피노네로(피노누아), 피노비앙코(피노블랑)를 씁니다. 특히 프란치아꼬르타는 샴페인의 31분의 1, 이탈리아 베네토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프로세코의 29분의 1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생산량을 철저하게 통제해 품질을 관리합니다. 또 기후가 온화하고 일교차가 커 페놀산 숙성이 잘 진행되며 균형감 있는 산도와 당도, 그리고 뛰어난 향기와 숙성도, 구조감, 복합미와 여운을 남기는 와인이 탄생된답니다. 
벨라비스타 오너 비또리오 모레띠아와 부인 프란체스카. 에노테카코리아 제공
이런 프라치아꼬르타의 대명사로 여기지는 와이너리가 벨라비스타(Bellavista) 입니다. 프란치아꼬르타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277년입니다. 로마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한 마을로 중세시대 수도사들이 와인을 빚은 오랜 역사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벨라비스타가 설립되기 전까지만해도 저렴한 와인을 대량생산하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건축과 호텔사업을 하던 비또리오 모레띠(Vittorio Moretti)는 젊은 시절 왜 이탈리아에는 샴페인을 능가하는 프리미엄 스파클링이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전 재산을 투자해 1977년 벨라비스타를 설립합니다. 그는 이탈리아의 최고의 스파클링을 만들기 위해 샴페인보다 훨씬 더 긴 최소 4년에서 10년동안 병 숙성한 최고급 스파클링을 내놓으면서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않던 프란치아꼬르타를 이탈리아 최고 등급인 DOCG로 승격시켜 유명 산지의 반열에 올려 놓습니다. 벨라비스타의 가장 큰 업적중에 하나죠.
벨라비스타 포도밭 풍경. 에노테카코리아 제공
벨라비스타가 최고의 프란치아꼬르타를 생산하는 또 하나의 배경은 초기에 최고의 포도밭을 대량 사들여 핵심인 노른자 포도밭을 대거 소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벨라비스타는 현재 프란치아꼬르따 전체 포도밭 2800ha중 가장 좋은 포도밭 200ha에서 최상급 포도를 생산합니다. 또 포도밭은 224개의 작은 구획으로 나뉘어 세밀하게 관리하며 각 구획의 포도는 특성에 맞게 별도의 양조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에야 블렌딩됩니다. 벨라비스타는 ‘아름다운 풍경’이란 뜻으로 포도밭은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멀리 알프스까지 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합니다. 양조가의 실력도 빼놓을 수 없죠. 벨라비스타 와인메이커 마티아 베졸라(Mattia Vezzola)는 2008년 이탈리아 최고 권위 매체 감베로로쏘가 선정한 올해의 와인메이커에 올랐답니다.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la Scala)
이런 최상급 프란치아꼬르타를 인정받아 벨라비스타는 2010년부터 240년 전통의 세계3대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의 공식 와인으로 선정됩니다. 바로 벨라비스타 라 스칼라(la Scala)로 25년 이상 수령의 샤르도네와 피노네로를 섞어 최소 5년 이상 병숙성을 거쳐 세상에 나옵니다. 쑥, 월계수 잎 같은 독특한 허브의 아로마, 과실 풍미, 효묘향 등 잘 어우러집니다. 매년 비니탈리(Vinitaly)직후 열리는 이탈리아 오스카 델 비노(Oscar del Vino)에서 2013년 최고의 스파클링으로 선정됐습니다. 
벨라비스타 수출매니저 베라 마리사니
벨라비스타는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최근 한국을 찾은 벨라비스타 수출매니저 베라 마리사니(Vera Malisani)씨는 “벨라비스타와 여러 한국 음식을 매칭해봤는데 코리안 바비큐, 비빔밥, 감자전, 프라이드 치킨 등 한국 음식과 매우 잘 어울리더군요. 아시안푸드는 주로 스위트하고 신맛이 강한데 벨라비스타 로제나 라스칼라에 담긴 피노누아가 입을 깔끔하게 만들어준답니다. 산도가 좋고 잔당이 적어서 음식과 잘 어울리죠”. 그는 이어 “5년동안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한국, 중국, 대만의 스파클링 시장이 지난 5년간 엄청난 성장을 하면서 지난 20년동안 유럽에서 보여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스파클링은 시장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프란치아꼬르타는 고급 스파클링 시장도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전망하네요.
벨라비스타 수출매니저 베라 마리사니
모든 와인은 오가닉을 빚고 있다는 군요. “오가닉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오가닉으로 와인을 생산해요. EU가 허용하는 보존제 So2 함량은 리터당 300g이지만 벨라비스타는 3g만 사용할 정도로 거의 안쓰죠. 완전 자연주의적인 퓨어한 와인을 만들어요. 특히 ‘와인의 눈물’이라고 얘기하는 글라스에 흘러내리는 점도를 보면 스파클링치고 매우 높은데 이는 원재료인 포도의 퀄러티를 보여준답니다”.
벨라비스타 사텐(Saten)
벨라비스타 사텐(Saten)은 샤도네이 100%로 만든 블랑 드 블랑입니다. 사텐은 비단이란 뜻으로 아름다운 실크 드레스를 입은 여인과 같은 느낌을 줘 이런 이름을 붙였답니다. 황금빛 색상과 섬세하고 작은 버블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고 복숭아 꽃과 레몬 등 감귤류, 헤이즐럿, 꿀, 허브의 아로마 풍부하게 느껴집니다. 입에서는 크리미한 질감과 향기로운 과일향 ,절제된 산미, 미네랄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벨라비스타 알마 뀌베 브뤼(Alma Cuvee Brut)
벨라비스타 알마 뀌베 브뤼(Alma Cuvee Brut)는 프란치아꼬르타 생산자의 품질과 스타일을 구분할 때 꼭 시음해봐야 하는 기본적인 제품입니다. 120개 뀌베중 선별된 60개의 뀌베를 블렌딩합니다. 샤도네이 80%, 피노네로 19%, 피노비앙코 1%이며 최소 4년 이상의 병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작고 생동감 넘치는 버블이 도드라지며 생기 가득한 흰 꽃과 잘 익은 배의 아로마가 풍부하고 바닐라향이 부드럽게 전해집니다. 알마는 ‘심장’이란 뜻으로 벨라비스타 와인 본연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벨라비스타 로제(Rose) 2013
벨라비스타 로제(Rose) 2013은 포도 품질이 아주 뛰어난 연도에 그해의 포도로만 빚는 빈티지 프란치아꼬르타로 샤르도네 62%, 피노 네로 38%입니다. 벨라비스타 와인 전체 생산량의 3%에 불과하고 최소 5년이상 숙성을 거칩니다. 잘익은 포도의 농축미, 장미, 신선한 사과, 딸기, 감귤류 과일향과 희미하게 느껴지는 달고 고소한 효모향이 매력적입니다. 특히 입 안에서 카시스와 와일드 베리, 체리 등 풍부한 과일향과 향신료, 비스킷과 아몬드가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