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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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가짜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2016년 11월 초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됐고 근거지는 워싱턴DC 피자가게 카밋 핑퐁’이라는 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다. 에드거 웰치는 ‘피자 게이트’를 진실이라고 믿고 이 가게를 찾아가 반자동 소총으로 여러 발의 실탄을 발사해 미국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가짜뉴스(fake news)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다’ 같은 가짜뉴스 때문에 힐러리가 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페이스북 책임자가 “대선에서 나쁜 사람들이 우리 플랫폼을 얼마나 악용했는지를 인식하는 데 우리가 너무 느렸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6일 베트남 하노이의 호찌민 전 국가주석 거소를 찾아 방명록에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고 적었다. 그런데 이 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향한 글로 둔갑해 SNS에 유포돼 물의를 빚었다. 급기야 이 총리는 SNS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힌 뒤 “야비한 짓을 멈추길 바란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이 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 ‘공동체 파괴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비난하며 엄중 대처를 지시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북한의 국민연금 200조원 요구설, 문재인 대통령 건강 이상설, 노회찬 의원 타살설 등등. 주로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가짜뉴스 유포가 급증해 온라인 게시글 삭제 요청이 4555건에 달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때 2592건의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수치다. 가짜뉴스 생산자들 때문에 한국은 외신으로부터 나라 망신을 자초할 정도다.

최근 ‘가짜뉴스’ 대신 ‘허위정보’ 같은 용어를 쓰자는 제안이 나왔다. 오죽하면 그럴까. 가짜뉴스의 여론 왜곡과 공동체 가치 훼손이 민주주의 토대를 흔들 정도로 위험성이 커진 탓이다. 그런데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쓰지 않으면 효과를 볼 수 있으려나.

채희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