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기자가만난세상] 윈윈하는 유적 보존과 개발

공평동도시유적전시관을 처음 보았을 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방문에서는 대견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하나의 대상을 두고 결이 다른 감상을 가진 건 낯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어떻게 이런 공간이 생길 수 있었을까, 라는 놀라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꼭 한달 전인 지난달 12일 문을 연 공평동도시유적전시관은 2015년 대형건물 신축을 위해 정비사업을 하던 중 확인된 16∼17세기 건물터와 골목길 등을 그대로 보존했다. 연면적 3817㎡(1150여평)로, 서울 최대 규모 유적전시관이다. 유리바닥 아래의 유구를 보며, 또 당시에 만들어진 돌벽을 만지면서,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수백 년 전 조선의 한양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
조선시대 종로의 모습을 전하는 다른 유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보인다. 고층 빌딩 아래 혹은 빌딩들 사이에 옹색하게, 주눅든 듯 자리 잡은 게 애처로울 지경이다. 그것을 보며 수도의 번영을 상징했던 그 시절 종로의 번화함을 읽어내기란 힘들다.

공평동도시유적전시관을 보며 지난달 11일 열린 문화재청의 기자간담회를 떠올렸다. 이 자리에서 ‘매장문화재 보존유적의 토지 매입비’ 30억원이 눈길을 끌었다. 전체 문화재청 예산 8600억원 중 30억원이니 비중이 크다 할 것도 없는데 내년 예산의 특징 중 하나로 소개됐다. 올해 처음 확보된 이 예산은 개발 대상 토지에서 발견된 유적에 보존조치가 내려져 개발 행위는 일체 중단될 경우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확보한 것이다. 그간에는 개발 행위를 중단시키고도 별다른 지원책이 없었다고 한다.

공평동도시유적전시관과 문화재청의 첫 예산 30억원이 지향하는 건 하나다. 개발과 문화재 보존의 상생 혹은 공존이다.

문화재는 ‘찬란하고 유구한 역사’의 증거물로 큰 애정과 세심한 보살핌의 대상이지만 누군가에겐 애물단지일 뿐이다. 문화재 주변에서는 자기 집에서 작은 공사를 하려고 해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유적이라도 나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니 벌어지는 상황이다. 감수해야 하는 불편과 손해에 대한 적절한 지원과 보상이 있어야겠으나 그렇지가 않다. 문화재 주변 개발 행위 규제를 명시한 문화재보호법이 악법으로 꼽히기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어떻게 공평동도시유적전시관과 첫 예산 30억원을 가지게 되었을까. 서울시는 전시관 조성을 대가로 유적 위에 건설한 고층건물은 용적률을 높여줬다. 이처럼 문화재 보존에 따른 손실을 보전해주는 ‘공평동 룰(rule)’를 앞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30억원은 문재인정부 들어 시행된 ‘국민참여예산제’(국민이 편성에 참여해 예산을 결정하는 제도)를 통해 확보됐다. 예산 부처 공무원들은 인정하지 않았던 이런 예산의 필요성을 국민들은 납득한 것이다.

한 문화재계 인사는 “공평동유적전시관의 설립을 계기로 비슷한 사례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문화재 보존만을 강조하며, 그에 따른 불편과 손해를 사실상 강요하는 현실이 변하지 않는다면 이런 바람은 꿈으로만 남게 된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