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S스토리] 낭만 등대, 문화·예술 ‘핫플레이스’로

장승·귀신고래·송이버섯·대게…지역특산물·명물 형상화 경쟁 / 사랑고백·야외 결혼식·인생 샷…관광객 불러모으는 공간 탈바꿈
장승, 귀신고래, 차전놀이, 송이버섯, 젖병, 대게, 연필, 조랑말…. 옛날에는 찾아보기 힘든 등대의 요즘 모습들이다.

지역 특산물, 학용품, 동물 등을 형상화한 등대가 곳곳에 세워지면서 우리 곁에 친근한 모습으로 바짝 다가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단순히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돕는 길잡이 역할을 했던 등대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어느덧 문화, 예술, 축제, 관광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등대에서 청춘남녀들이 사랑을 고백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야외결혼식을 올린다. 등대에서 숙박하며 파도 소리와 갈매기들의 노래를 듣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보며 추억을 쌓는다.

등대는 지역 문화예술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음악회와 지역축제를 비롯한 등대예술제는 모두를 신명 나게 한다. 등대는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오픈 스튜디오로도 안성맞춤이다. 방학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놀이터이자 체험의 장이 된다.

지역 특산물과 명물은 그 지역의 등대를 보면 알 수 있을 정도다. 바닷가마다 경쟁적으로 지역 특산물을 형상화한 등대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다. 경북 영덕에는 대게등대가 늠름하게 서 있고, 전남 진도에는 진돗개 등대가 지역의 자랑거리다. 경남 통영에는 통영문학을 기념하는 연필등대가, 울산 정자항에는 귀신고래등대가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등대 여행도 인기다. 해양수산부는 빼어난 자연경관과 독특한 역사를 간직한 독도등대와 마라도등대 등 전국 각지의 15개 등대를 찾아 떠나는 ‘등대 스탬프 투어’를 지난해 10월부터 펼치고 있다. 2022년까지 5년 동안 한다. 이를 위해 15개 등대의 정보를 담은 여권형 안내 책자 성격의 ‘등대 여권’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김영신 해양수산부 항로표지과장은 12일 “이젠 등대가 단순한 선박의 안전운항을 돕는 시설만이 아니라 관광객과 주민들의 휴식공간이자 해양관광의 중심지”라며 “사시사철 언제든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등대 여권’을 갖고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문화를 간직한 등대로 여행을 떠나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포항=장영태 기자 3678jy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