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우리땅,우리생물] 다이노코커스 액티노스클레루스

온갖 극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어 기네스북에 오른 미생물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이 미생물은 추위를 견디고, 물 없이도 살고, 진공 상태에서도 생존한다. 무엇보다 이 미생물의 장기는 방사선에 견디는 능력이다. 이 미생물의 이름은 ‘다이노코커스 라디오듀란스’이다.

 

다이노코커스 라디오듀란스는 1956년 미국 오리건주의 실험실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 실험실은 감마선을 이용해 통조림을 살균하는 실험을 하는 곳이었다. 고기가 담긴 통조림이 모든 생명체를 죽일 수 있는 양의 감마선으로 살균됐지만 결국 부패하고 말았다. 이 통조림 속에서 분리해 낸 미생물이 바로 다이노코커스 라디오듀란스로, ‘예사롭지 않고 동그랗게 생긴 방사능을 견디는 균’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선에 강한 미생물을 찾기 위해 전국 각지의 토양을 수집해 방사선을 쏘아 살아남는 미생물을 배양했다. 그 결과 국내 토양에서 신종 미생물을 발견했다. 이 신종 미생물은 다이노코커스 라디오듀란스에 버금가는 방사선 저항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이름을 ‘예사롭지 않고 동그랗게 생긴 방사선에 저항성이 있는 균’라는 뜻으로, ‘다이노코커스 액티노스클레루스’로 명명했다. 또한 다이노코커스 액티노스클레루스의 추출물에서 염증 억제 효능을 발견하여 특허를 출원해 올해 등록했다. 이 미생물의 밝혀지지 않은 더 많은 능력을 찾기 위해 지금도 노력 중이다.

 

“물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류시화 시인의 시구처럼 우리 땅, 우리 환경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다이노코커스 액티노스클레루스’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미생물도 많이 존재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강명석·국립생물자원관 생물소재연구단 연구팀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