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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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적폐 수사 올인하면서…'살아있는 권력'엔 무뎌지는 檢

법조계 “검찰 독립 의지 있나” 비판론 고개 / 김기식 前 금감원장 외유 의혹 / 6개월 넘도록 수사 결론 못 내 / ‘댓글 조작’ 드루킹 연루 의혹 / 송인배·백원우 비서관도 ‘하세월’ /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 화력 집중 / 문무일 총장 숙원 檢수사단 설치 / 인력난에 시작도 못해 비판 일어
검찰이 매섭게 벼린 칼은 왜 늘 ‘권력’ 앞에서는 무뎌지는가.

검찰은 지난 정권 관계자와 과거 사법부 수사에는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전원 투입해 화력을 집중하는 반면 현 정권 인사의 비위 행위 수사에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스스로 독립할 의지가 있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을 지난 4월부터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은 여태껏 아무런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취임 2주일 만에 사퇴한 김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지난 6월 이미 이뤄졌다.

김 전 원장 사건을 맡은 수사부는 ‘기업금융범죄전담부’로, 공직자에게 넘어간 검은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등 특수수사에 잔뼈가 굵은 검사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수사에 나선 지 두 달이 지나 김 전 원장을 소환조사하고 수사 착수 6개월이 지나서도 처리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김 전 원장 사안은 간단해서 오래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으로 시민단체에서 고발된 다른 의원들 것과 같이 발표하려고 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특검 수사과정에서 드루킹 측에서 200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수사도 마찬가지다. 송 전 비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 골프장에서 급여 명목으로 2억8000만원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송 비서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경우 특검 수사범위 밖이라 검찰로 넘겼다. 이 사건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동부지검으로 배당된 뒤 소식이 없다.

드루킹이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달라고 요구한 도모 변호사를 면담한 백원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결정도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반면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는 40여명에 달하는 검사를 투입했다. 파견으로 인해 다른 재경 지검의 형사부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 사건은 원래 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았다. 이후 특수 2·3·4부와 방위사업수사부 수사 인력이 투입됐다. 여기에 대검찰청 연구관들까지 가세했다.

검찰의 수사력이 온통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만 집중되다 보니 지난 3월 문무일 검찰총장이 의욕적으로 밝힌 법조비리수사단 설치는 공염불이 되게 생겼다. 문 총장은 당시 “검찰 신뢰가 낮은 이유가 법조비리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강력한 수사를 예고했다.
문무일 검찰총장.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정권에서 박수받을 수사에만 열중하면서 해야 할 수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전관예우가 지금도 존재한다”면서 “이런 것도 적폐인데 왜 수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드루킹 특검에 이어 각종 검찰 내 위원회, 예상치 못했던 사법부 수사 등 파견 수요가 많아져 수사단을 만들 여력이 없는 것”이라며 “수사단을 설치하겠다는 문 총장 의지는 지금도 확고하다”고 해명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