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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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강요·원샷·폭탄주 'No' 과음후 3일 금주 'Yes'

술자리 많은 연말 건강한 음주법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송년회와 동창회 등 각종 술자리가 늘어난다. 하나 잘못된 음주습관은 건강을 해치기 마련이다. 과음은 간질환, 심혈관질환 등을 불러올 뿐 아니라 정신적·사회적 폐해가 크다. 술은 1군 발암물질로, 다양한 혈관성 질환 및 간질환을 일으킨다. 전신에 광범위하게 작용해 면역기능을 망가뜨리고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알코올성 간질환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는 4809명에 달한다. 하루 13명이 술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연말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다른 때보다 많이 발생한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음주운전사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음주운전사고 발생률은 12월 9.7%, 11월 8.9%로 1년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연말, 가능한 술자리는 피하는 게 최상이나, 피할 수 없다면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건강한 음주법을 실천하는 것도 음주로 인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WHO “하루 적정량 남자 소주 5잔, 여자 2잔 이하”권고

음주 폐해가 심각한데도 음주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영양조사에서는 한 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성인의 월간 음주율은 62.1%로 2005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주 2회 이상 한자리에서 소주 7잔(여성 5잔)을 넘게 마신 ‘고위험 음주율’은 지난 3년간 계속 증가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4.2%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일일 알코올 섭취권장량은 남자 40g (소주 5잔), 여자 20g(소주 2.5잔)이다.

알코올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박사는 “알코올은 간에서 대사되는 대표적인 물질로, 과음할 경우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간에 지방을 축적해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하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간염이나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음주자들은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있거나 소화불량이나 피로감이 평소보다 더 자주 느껴진다면 간 손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과음하게 되면 알코올이 위장 운동을 방해해 위액이 식도로 역류하게 되어 역류성 식도염, 후두염이나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외에도 음주 후 견딜 수 없는 복통이 느껴진다면 급성 췌장염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 술자리 피할 수 없다면 ‘절주 수칙’ 따라야

건강을 위해선 가능한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자리를 피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술을 마셔야 한다면 숙취를 줄이고 건강을 지킬 수 있게 요령껏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가급적 천천히 마시고 대화를 많이 해야 음주량을 줄이고 술에 덜 취할 수 있다. 술을 마실 땐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안주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건강에 좋지 않다. 위 내에 음식물이 있으면 알코올 흡수가 더뎌져 느긋하게 취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안주 등 음식물을 섭취한 후에 술을 마시면 그나마 도움이 된다. 술을 마시며 먹기에 알맞은 음식은 치즈·두부·고기·생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고 알코올 대사 효소의 활성화를 높이며 비타민 보급을 충실히 해준다. 오이나 배, 사과 등 수분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안주로 먹는 것도 바람직하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하게 포함된 항산화 비타민과 미네랄이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 분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술자리가 끝나기 전 정해둔 자신의 주량만큼 먹었다면 술은 자제하고 물이나 안주를 먹으며 자리를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연말을 맞아 과다한 음주 자제를 촉구하며 절주 수칙을 제안했다. 수칙은 술자리는 가급적 피하고 다같이 즐길 수가 있는 색다른 문화로 대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술을 과하게 권하지 않고, 원샷(한번에 잔 비우기), 폭탄주(서로 다른 술을 섞어 마시기)는 자제할 것과 음주 후 3일은 금주하도록 당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회 음주량이 남녀 각각 7잔, 5잔을 넘고, 주 2회 이상인 경우 고위험 음주로 분류한다. 따라서 음주를 하더라도 음주 후 3일은 금주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