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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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변호사 채용 공고

법률가는 예나 지금이나 부와 명예가 따르는 직업이다. 신동으로 유명했던 고대 로마의 키케로가 변호사로 입신한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는 타고난 웅변가였다. 한때 키케로를 가르친 그리스 스승은 감탄한 나머지 “지금껏 그리스가 자랑했던 학문과 웅변도 이제는 로마에 빼앗기게 됐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똑같은 법정 발언을 놓고도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직업적 숙명이다. 독설의 대가였던 키케로는 더했다. 키케로 전기를 쓴 플루타르코스는 이렇게 평했다. “재치 있고 날카로운 말을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법정 변호를 하기에 아주 적당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서 자주 원망을 듣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로마 시대의 변호사가 다 유능했던 것은 아니다. 로마인들은 ‘카우시디키’(엉터리 변호사)를 원망하기 일쑤였다. 후대의 웅변가 퀸틸리아누스가 남긴 촌평도 있다. “그들이 파는 것은 말뿐”이라는.

요즘 초등생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문화·스포츠 분야를 고르기 일쑤지만 법률가는 남부럽지 않게 유망한 직업이다. 하지만 법조계를 삐딱하게 보는 시선은 여전하다. ‘변호사 유머’가 단적으로 말해준다.

‘2+2=’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직업별로 다르다고 한다. 수학자는 ‘4’라고, 엔지니어는 ‘4.0’이라고 답한다. 변호사는? “얼마를 원하시는데요”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하기야 근래 법원과 검찰 행태가 워낙 가관이니 굳이 변호사 유머를 들먹이면서 웃을 것도 없겠지만.

법제처가 최근 대한변호사협회 취업정보센터에 ‘1년 기간제 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다. 처우 조건은 ‘월 보수 242만2588원(세전), 급식비 13만원’이다. 변호사가 지원하는 자리인데도 ‘중소기업 경리 수준’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인 변호사 몸값을 법을 다루는 부처가 건드린 형국이니 좀 역설적이다. 하지만 대세가 이렇다. 변호사에게 과장급 이상 자리를 주던 일반 기업도 이젠 대리급을 준다. 은행 마이너스통장 한도는 쪼그라들었다. 부산광역시가 변호사 7급 공채를 하다 반발을 샀던 것이 2013년이다. 고작 5년 전의 일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아주 먼 옛날 일이 돼 가고 있다.

이승현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