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별로 안 춥다는데 나만 ‘덜덜’… 갑상선기능저하 등 의심을

겨울철 주의해야 할 질병
주부 김모(55)씨는 올겨울 외출할 때면 손가락이 유난히 시렸다. 귀가해서 손가락 끝을 살펴보면 하얗게 변했다. 살짝 따끔거리나 저리는 증상이 있었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기에 추워서 그런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은 점점 심해져 손가락이 이제는 파랗게 변하고 통증도 더 심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진료 결과, 말초혈관 장애의 일종인 ‘레이노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혈관을 확장하는 약물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최강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동장군에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추위를 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상시로, 그것도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추위를 느낀다면 추위와 관련된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김씨와 같은 레이노증후군이나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대표적이다. 추운 날 남보다 더 춥게 느끼게 하는 질환과 추위를 덜 타기 위한 건강법에 대해 살펴봤다.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탄다면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레이노증후군이 대표적인 추위질환이다. 평소 혈액순환 개선과 근육운동에 신경을 쓰면 추위를 더는 데 도움이 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피부색 변할 정도로 손발 시리면 레이노증후군, 말초혈관 관리가 중요

주부 김씨와 같이 추위에 노출되면 말초혈관의 이상 반응으로 일시적 혈액순환 장애가 일어나 창백해지는 것을 넘어 파랗게 변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레이노증후군이다. 한파가 덮치면 수족냉증 등 증상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은 질환이다. 여성의 신체적 특성과 연관돼 있다. 초경과 임신, 출산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설거지나 빨래 등 찬물에 많이 노출되는 외적 환경도 영향이 크다. 레이노증후군 진단은 핵의학 레이노 검사가 적용된다. 찬물에 손을 담갔다가 동위원소 약물을 주사해 증상 부위 결과를 확인한다. 치료는 혈관을 확장하거나 수축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 치료로 나아지지 않으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교감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이 권장된다. 약물에도 개선이 되지 않는 중증인 경우 효과를 볼 수 있다. 레이노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일상에서 찬 곳을 늘 피하고 추운 날 외출 때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는 “많은 이들이 추위에 노출될 때만 증상이 나타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혈관이 막혀 살이 썩는 피부 괴사까지 일어날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겨울철에는 늘 손발 보온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레이노증후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유난히 추위를 타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 의심, 혈액검사 통해 진단

갑상선 호르몬은 몸의 신진대사를 조절하고 몸에서 열을 발생시켜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어 호르몬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를 의심해볼 수 있다.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신진대사가 저하되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추위를 많이 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 질환이 의심되면 정확한 호르몬 수준을 측정하고 질병에 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치료는 주로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 체내의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준다.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호연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방치하면 고지혈증, 심장질환 등 합병증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불임과 태아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요오드가 갑상선 호르몬 생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김, 미역, 다시마 등의 요오드가 함유된 해조류를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예방법으로 권장된다.

◆운동으로 근력을 기르고, 체감온도 높일 수 있는 옷차림이 필요

추위를 타고 안 타고는 우리 몸의 근육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 근육에서 열을 많이 생산해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마른 사람은 근육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열 생산이 적어 추위를 많이 타게 된다. 저체중인 사람도 정상적인 체중인 사람에 비해 추위를 많이 타는 것도 근육량 탓이다. 젊을 때는 겨울철에 내복도 입지 않던 이가 중년이 되면 내복을 입어도 추운 이유가 노화로 근육량이 그만큼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장년의 경우 평소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이는 것도 추위를 덜 타는 방법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추위를 많이 탈 수 있다. 평소 반신욕이나 족욕이 혈행 개선에 도움이 된다. 맹추위 때는 찬 공기에 신체가 노출되지 않는 옷차림이 필수다. 한파 때는 목도리와 장갑, 귀마개로 ‘완전방한’을 하면 10도 이상의 체감온도를 올릴 수 있다. 두꺼운 옷을 입는 것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는 것이 보온에 효과적이다. 정 교수는 “평소 추위를 막기 위해 체감온도 유지에 신경을 쓰는데도 심하게 추위를 탄다면 추위와 관련된 다른 질환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