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전용만(57·사진)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은 “제가 근무하는 복지관에서도 사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호통치는 노인을 자주 본다”며 “그러나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를 알면 이해가 되고 개선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지금의 70·80대는 90% 이상이 농가의 자손”이라며 “농경사회를 살았던 사람이 노인이 되면서 초고도화된 정보시대를 살게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랫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만 하더라도 교육을 많이 받고 민주화운동에 참여해서인지 체면이란 걸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70·80대는 군부독재에서 민주화로 넘어오는 시기에 이미 장년이 됐다.
전 회장은 “정치 격변 아래 새로운 규범이 제시되지 않았을 때 이들은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자신의 요구가 들어지는 걸 경험했다”며 “가만히 있으면 손해 본다는 의식이 강한 세대”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삶의 기준과 준거 틀은 성장기에 형성되고 이러한 의식이 생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특히 노인 세대의 이런 성향을 정치권이 이용하면서 이들 세대의 특성이 더욱 공고해졌다고 전 회장은 분석했다. 그는 “사회가 이렇게 달라졌지만 ‘7080 세대’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군수를 옛날 조선의 관리처럼 생각하고 그 사람이 결정하면 이뤄지는 걸로 여기는 분이 많다”며 “선거 때마다 이들이 마구잡이로 요구하는 것을 정치권에서 들어줄 것처럼 행동하면서 노인들은 ‘재미있다, 기쁘다’며 더욱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회장은 지금 7080세대의 모습은 노인 일반의 특성이 아니라 한국적 사건을 경험한 시대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선을 그었다. 농경사회에서 자란 세대가 사회 격변을 겪으며 연장자로서 아무런 인정을 받지 못한 채 겪은 소외감을 ‘목소리 경쟁’으로 표출하며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그럼에도 세대 갈등과 관련해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건 노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노인에게 변하라고 하면서 몰아세우지만 말고 이들이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