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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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온라인 암표상 '플미충'을 잡아라 [S스토리]

법 허점 노리고 정가 10배 뻥튀기 / “공연 발전 저해… 규제안 서둘러야”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광팬인 이민정(가명·여·23)씨는 최근 해체를 앞둔 워너원의 마지막 콘서트를 앞두고 분통 터지는 일을 겪었다. 티켓예매가 순식간에 마감돼 ‘암표’라도 구해 보려고 중고거래 전문사이트를 방문했지만 예매 다음날 이미 티켓은 자리에 따라 최소 3배에서 많게는 10배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었다. “가격을 먼저 제시해 달라”면서 호객하는 게시물만 100건이 훌쩍 넘었다.

이씨는 정상가의 4배가량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매도자는 “더 높은 가격을 부른 구매 신청자들이 수두룩하다”며 이씨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결국 이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제까지 나온 최고가보다 5만원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서야 표를 양도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매도자는 2시간 후 돌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나타났다”며 거래를 일방적으로 파기해 버렸다. 매도자는 사실상 ‘경매방식’으로 티켓 가격을 서서히 높이며 70만원이 넘는 가격에 표를 팔아치운 것이다.
워너원 경매시도하는 판매상
보이그룹 ‘갓세븐’의 팬미팅 티켓을 구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를 방문한 양수정(가명·여·21)씨는 게시글에 제시되어 있는 가격을 보고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도자가 정가(2만8000원)의 18~27배(55만~75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매겨 놓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한 사람당 한 장의 표만 합법적으로 예매할 수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매도자는 20장이 넘는 티켓을 보유하고 있었다. 매도자의 아이디를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하자 동일한 아이디로 인기 뮤지컬, 콘서트, 팝스타의 내한공연 표를 판다는 글이 20건 넘게 올라와 있었다. 화가 난 양씨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불법거래를 신고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아이디는 타인의 것을 도용한 것이며 서버는 해외에 있다. 신고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라”는 조롱조의 답변이 올라왔다.

법적 공백을 틈타 ‘플미충’(공연 티켓 등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이 매크로를 동원해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바람에 정작 공연 애호가나 팬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현재 오프라인상에서 암표를 거래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적발되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혹은 과료에 처해진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암표 거래 행위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아이유 대량 암표 예시글
리세일 중개플랫폼 ‘스텁허브’에서는 정가 12만원선인 워너원의 콘서트 티켓이 2100만원까지 호가하고 13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기도 했다. 또 다른 티켓 중고거래 티켓베이에서는 정가 2만8000원인 갓세븐의 팬미팅 가격이 70만원, 가수 아이유 콘서트(정가 12만원)는 42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온라인 암표꾼들이 성행하면서 뮤지컬 팬들이 예매 동력을 잃는다는 푸념까지 하고 있다”며 “공연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온라인 암표 거래를 강하게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