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얘기가 아니다. 지난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찾았다. 제2차 남북 체육분과회담의 풀기자단 자격으로 처음 북한에 왔지만, 뭔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개인 통신장비는 물론 노트북까지 반입이 금지됐고 방북 목적과 무관한 대화는 피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주민등록증과 집 주소까지 제출한 신분조회가 끝난 뒤였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게 따져 물었다. “맨몸으로 가면 취재는 어떻게 합니까?” 답변은 간결했다. “북측이 언론 활동을 원하지 않습니다.”
안병수 문화체육부 기자 |
회담 역시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깜깜이’로 흘렀다. 이는 초반 몇 분만 공개됐다. 원길우 북한 체육성 부상이 “스포츠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자”며 의욕을 내비쳤으나 회담은 1시간 안쪽이었다. 허겁지겁 끝난 회담은 2020년 도쿄올림픽 일부 종목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을 추진하자는 합의문을 남겼다. 일체의 민간활동이나 의견수렴이 배제된 채 유관 부처의 고위 관계자들이 절대권을 쥐고 흔드는 ‘불통 외교’, 가까이서 목도한 남북 스포츠외교의 현주소다.
단일팀 추진 과정도 시간을 거꾸로 돌린 듯 시대착오적이다. ‘베를린 장벽’이 오래전에 붕괴한 독일은 스포츠가 통일의 마중물이 됐다. 다만, 방식에선 차이가 크다. 독일은 1956년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위해 개막 약 2년 전부터 공을 들였다.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실력우선주의’로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세워 국민을 장기간 설득했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지난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급조’하고, 이마저도 철저한 통제 속에 훈련 분위기를 우호적으로 전달한 당국과는 달랐다. 도쿄올림픽 역시 당장 코앞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는 셈이다.
통일은 고위층 ‘일부’가 하는 것이 아닌 국민적 결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측을 ‘적국’으로 여기는 북측의 태도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이는 단일팀이 효험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단일팀 종목은 경기단체가 결정해야 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단일팀을 구성한 종목 관계자는 “단일팀을 꾸리면 대표팀에 반드시 피해가 가지만 어쩔 수 없다”며 강제성을 띤 단일팀을 비판했다. 전례 없는 독자노선을 걷는 남북식 스포츠외교가 헛물만 켜고 있다는 걸 당국만 모르는 듯하다.
안병수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