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된 목욕탕·카페 된 폐공장들… 옛 느낌 살리니 '대박' [S 스토리]

최근 오래된 공장이나 목욕탕, 이발소 등 낡고 빛바랜 느낌의 공간들이 주목받고 있다. 옛날 분위기를 고스란히 살린 채 문화공간이나 상업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젊은 세대의 ‘갬성’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감성’을 굴려서 발음한 ‘갬성’은 감성보다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느낌을 표현할 때 쓰인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가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주목받을 트렌드 키워드로 꼽은 말이다.
오래된 대중 목욕탕을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난 서울 아현동 ‘행화탕’
서울 계동 ‘젠틀몬스터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오래된 대중 목욕탕을 리모델링했다.

1958년 세워진 뒤 서울 아현동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대중목욕탕 ‘행화탕’이 대표적이다. 아현동 일대가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된 뒤 2011년 문을 닫았지만 2016년 1월 젊은 기획자들을 중심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국산 하우스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서울 계동 ‘중앙탕’(1969년 개업)을 개조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었다. 전북 군산의 48년 된 ‘영화 목욕탕’도 2015년 ‘이당미술관’으로 바뀐 뒤 한 해 3만명이 찾는 지역 명소가 됐다.

오래된 공장 부지도 인기다. 6611㎡(2000평) 넘는 폐방직공장을 재활용한 강화도의 카페 ‘조양방직’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소개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명소가 됐다. 방직기계와 자재들을 남겨놔 공장 특유의 느낌을 풍기는 게 특징이다. 신발 공장과 인쇄소를 각각 리모델링한 서울 합정동의 ‘앤트러사이트’와 서울 을지로의 ‘4F’도 녹슨 철골과 콘크리트 벽이 고스란히 보이도록 인테리어를 했지만 손님들은 “더 멋스럽다”는 반응이다. 철공소가 가득했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도 최근 예술가들이 모인 창작예술촌으로 바뀌었지만 인테리어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낡으면 낡을수록, 투박하면 투박할수록 희소성 있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이런 공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꼭 가야 하는 힙 플레이스’로 꼽히며 매일 같이 사진과 후기글이 올라오고 있다.
인천 강화군 '조양방직'은 폐방직공장을 재활용해 카페로 탈바꿈했다.
신발공장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서울 합정동 '앤트러사이트'
인쇄소를 리모델링해 카페로 운영 중인 서울 을지로 '4F'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의 ‘공간 업사이클링(창조적 재활용)’이 인기인 것도 ‘뉴트로’ 현상의 일종으로 보았다. 깨끗하고 잘 정돈된 현대적 건물 디자인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낡고 녹슨 공간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김서준 도시로 재생연구소장은 “결핍을 잘 모르고 풍부함 속에서 자란 세대에게 예쁘고 세련된 것들은 흔해 빠진 것”이라며 “다소 낡고 거칠더라도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더 유니크하게 느껴 선호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사진출처=각 업체·온라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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