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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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 뒤덮은 미세먼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수도권 이틀째 비상저감조치 / 일회성 대책으론 먼지 못 잡아 / 문재인 대통령 직접 나서야
새해 초부터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있다. 어제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10개 시·도에선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동됐다. 수도권에서 이틀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것은 지난해 1월과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많은 시민들이 뿌연 미세먼지 때문에 야외 활동을 접어야 했다. 사방이 희뿌옇고 숨 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초미세먼지 사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토요일 ㎥당 69㎍, 일요일에는 ‘매우 나쁨’ 기준인 75㎍을 넘어섰다. 급기야 어제 서울에서 122㎍까지 치솟으면서 작년 3월의 역대 최고치 99㎍을 뛰어넘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가 ‘나쁨’(36㎍) 기준을 넘어선 날이 67일이나 됐다. ‘매우 나쁨’ 기준을 초과한 날도 4일이었다. 미세먼지는 뇌졸중, 심장병, 폐암, 우울증, 결막염을 일으키고 태아와 소아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미세먼지를 국민 생존권 차원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의 대기환경은 중국에서 유입된 공기질에 크게 좌우된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30~50%는 중국 탓이고, 오염이 심할 때는 중국의 영향이 60~80%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현지에서 배출된다”고 주장하자 정부는 반박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립기상과학원이 내놓은 ‘2018 서해 상 대기 질 입체관측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상청 기상항공기가 서해 600m 상공에서 건너오는 중국발 미세먼지 오염도를 실측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염 유입 요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중국 당국에 당당하게 대책 마련을 요구할 수 있는 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미세먼지 배출량을 임기 중에 30%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집권 후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폐쇄,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 등의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런 일회성 대책도 시간이 지나자 슬그머니 사라졌다. 올해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선 미세먼지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탈원전을 한다면서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유연탄 화력발전을 늘리는 역주행 현상마저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정부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하지 않으면 국민이 전쟁을 벌이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