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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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초미세먼지 습격, 마스크는 이제 '생존필수품'? [김현주의 일상 톡톡]

바로 앞 건물이나 사람이 제대로 식별되지 않을 정도의 극심한 고농도 미세먼지가 겨울철 우리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국민들도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청원들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방관하지 말고 제발 대책을 세워 달라" "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인데도 손을 놓고 있냐" 등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사실상 대한민국 전역이 영향권에 놓이면서 외출을 기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장을 보고, 배달음식을 주문해 먹는 수요가 평소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는데요.

이젠 일상이 된 미세먼지가 만성 질환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미세먼지 강도가 높은 시기 호흡기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호흡기질환의 원인을 무조건 미세먼지로 보는 건 무리지만,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시기 호흡기질환 환자 수가 늘어났다는 건 일정 수준의 상호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반도 상공 미세먼지 절반이 외부에서 날아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만,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국제 협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자체적인 미세먼지 저감 노력은 물론 중국 정부의 다양한 협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이 극심한 초미세먼지(PM-2.5)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이웃나라 일본의 대기 질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제공하는 초미세먼지 공기질지수(AQI)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전 9시 기준 한국은 대체로 200 안팎의 수치를 보였는데요.

AQI는 △좋음(0∼50) △보통(50∼100) △민감한 사람한테 건강에 해로움(100∼150) △건강에 해로움(150∼200) △매우 건강에 해로움(200∼300) △위험(300∼500) 등 6단계로 나뉩니다.

중국에서는 300은 물론 400을 넘는 지역도 있는데요. 다만 중국은 국토가 넓은 만큼 100 미만인 지역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 일본은 대부분 지역에서 초미세먼지 AQI가 100 미만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50 미만이어서 '좋음'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표시된 지역도 많은 상황입니다.

연평균으로도 일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한국이나 중국보다 훨씬 낮습니다. 도쿄의 2017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2.8㎍/㎥였는데요. 서울과 베이징의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23㎍/㎥, 51㎍/㎥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대기 질이 좋은 것은 국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일본은 한국보다 중국 대기 오염물질 영향을 훨씬 덜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 입자는 바람을 타고 한반도까지는 넘어오지만, 동해를 건너 일본까지 도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내에서 생성되는 대기 오염물질도 중국은 물론 한국보다 적다는 견해도 있는데요.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우리보다 오랜 기간 연구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온 만큼 교통 등에 관한 각종 정책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어서 미세먼지도 훨씬 적다"고 말했습니다.

◆日, 韓·中보다 대기질 우수…미세먼지도 훨씬 적어

각종 질병 발생에 악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루게릭병' 증상을 악화시켜 응급실 방문 위험을 최대 40%까지 높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루게릭병은 팔다리 근육의 힘이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결국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원래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지만, 1930년대 뉴욕 양키스의 야구선수 '루 게릭'에서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리고 있는데요.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이혜원)·분당서울대병원(명우재)·서울대 보건대학원(김호) 공동 연구팀은 2008∼2014년 서울의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루게릭병 환자 617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 변화와 응급실 방문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조사 기간에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한 날을 기준으로, 해당일 근처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위험도를 평가했는데요.

그 결과 초미세먼지의 경우 농도에 따라 4분위수 범위(IQR·interquartile range)로 나눴을 때 1분위가 증가할 때마다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찾을 위험은 21%(1.21배) 높았습니다.

미세먼지는 같은 조건에서 루게릭병 환자 응급실 방문을 13%(1.13배) 높이는 요인이었는데요. 특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4분위수 중 최고조에 달한 날엔 루게릭병 환자가 응급실을 방문할 위험이 최저치보다 각각 40%(1.4배), 33%(1.33배) 치솟았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이밖에 또 다른 대기오염물질인 이산화황(SO2)과 일산화탄소(CO)도 1분위가 증가할 때마다 루게릭병 환자의 응급실 방문을 19%(1.19배)씩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이혜원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미세먼지가 루게릭병을 악화하는 인과관계가 확인됐지만, 외국에서는 루게릭병 발병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면서 "이런 메커니즘은 흡연이 루게릭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기존의 분석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루게릭병뿐만 아니라 비슷한 신경 퇴행성질환인 치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입니다.

루게릭병 환자는 병이 진행할수록 호흡기가 약해져 미세먼지 노출이 상당한 위해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초미세먼지, 난치성 질환 '루게릭병' 증상 악화시켜

연일 최악의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 발생 시 행동요령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공해차량 노후 경유차를 운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부득이하게 외출하는 겅우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차량 2부제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시에 따르면 일단 야외활동을 줄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야외모임, 캠프, 스포츠 등 실외활동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도로변, 공사장 등에서 지체시간을 줄이고 호흡량 증가로 미세먼지 흡입이 우려되는 격렬한 외부활동 역시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요.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 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 마스크 착용 시 공기누설을 체크하고 안면에 마스크를 밀착해 착용해야 합니다.

마스크는 반드시 '코리아필터(KF) 등급'이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요. KF80은 평균크기 0.6㎛의 미세입자를 80% 이상을, KF94는 평균크기 0.4㎛의 미세입자를 94% 이상을 차단해 줍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드시 온몸을 구석구석 씻어야 합니다. 특히 손·발·눈·코를 흐르는 물에 반드시 씻고 양치도 해야 합니다.

실내에 있다고 안심할 순 없습니다. 실내 공기질 관리에도 힘써야 하는데요. 실내·외 공기 오염도를 고려해 적절히 환기를 해야 합니다. 물청소로 실내먼지도 제거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는 물, 과일, 야채를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는 물과 항산화 효과가 있는 과일, 야채 등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세먼지에 좋은 과일과 채소는 배, 블루베리, 귤, 사과, 바나나, 미역, 미나리, 브로콜리 등입니다. 미세먼지에 좋은 차는 도라지차, 대추차, 오미자차, 자스민그린티, 생강차, 녹차 등이 있습니다.

◆靑 "원전과 미세먼지 상호 관련 없다"

한편 청와대는 '탈(脫)원자력발전 정책'과 미세먼지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습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춘추관에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원전과 미세먼지는 관련이 없다는 팩트체크를 일부 매체에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 기사를 참조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변인이 언급한 해당 보도는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속보를 인용해 탈원전 정책이 미세먼지를 불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데요.

중국과 논의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환경협력센터를 비롯해 이 문제를 공동연구조사, 대처에 대해서 현재 진행중에 있다"고 김 대변인은 답했습니다.

청와대에서 미세먼지 관련 어떠한 논의가 오갔느냐를 묻는 질문에는 "오늘 아침 차담회에서도 대통령께서 이 문제에 대해 오랜 시간 말씀을 하시고 참모진들의 견해도 들었으며,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서 말씀을 나눴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만한 성격은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