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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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은 기업인 말 새겨듣고 정책 방향 수정해야

“비용·규제 해결” 이구동성 요청 / 반시장 정책, ‘친시장’으로 전환 / 경제난 벗어나 혁신성장 이루길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130여명의 기업인과 대화를 가졌다. 지난 7일 중소·벤처기업인에 이어 새해 두 번째 기업인과의 간담회다. 대기업 총수, 중견기업인 등이 참석해 각본 없는 자유토론 방식으로 이뤄진 간담회에서 집중 제기된 사안은 혁신성장을 뒷받침하는 비용과 규제에 관한 문제였다. 최태원 SK 회장은 “혁신성장은 글로벌 경쟁이며, 대한민국이 어떤 혁신성장의 경쟁을 뚫고 이기느냐는 문제”라며 “비용이 충분히 낮아질 수 있는 환경을 정부와 사회, 기업이 함께 만들어야 혁신성장도 가능하다”고 했다. 대한상의 중견기업위원장인 이종태 퍼시스 회장은 규제 혁파를 요청하면서 “공무원이 왜 규제를 유지해야 하는지 입증케 하는 제도를 도입해 달라”고 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정보보호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하나하나가 절실한 사안들이다.

우리 경제는 ‘비용과 규제 사슬’에 얽매여 있다. 반시장·친노조 정책 탓이다. 최저임금 후폭풍은 그 일례다. 2년째 최저임금을 턱없이 올린 결과, 평균 연봉 1억원에 가까운 현대·기아차 임직원 약 7000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기아차가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기업 사정은 불문가지다. 이번 간담회에는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이런 식으로 ‘기업이 커가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가.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이며 국가 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런 뜻을 가졌다면 고용과 투자가 봇물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 방향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 경제정책이 옳은 방향이라는 것을 확실히 체감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기업을 위축시키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직전 열린 중소·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기업 고충을 경청했는지 의심하게 하는 말이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면 귀를 열고 기업인의 호소를 새겨들어야 한다. 기존 정책의 틀에 갇혀 엉뚱한 방향으로 경제를 이끌어간다면 기업은 더 멍들고 경제를 살릴 기회는 멀어진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기업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떨어뜨리는 ‘친시장’ 정책을 전면화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으로부터 박수 받는 정부를 만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