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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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서 판매 부진 현대·기아차 “유럽 너마저…”

2018년 진출 41년만에 103만대 판매/시장점유율 6.6%로 사상 최대/브렉시트·對美 무역갈등 등 영향/잘 나가던 시장에 돌연 찬바람/
신장세 마침표… 2019년 역성장 전망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유럽시장에서 처음으로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 번째 대기록으로, 유럽 진출 41년 만이다. 다만 오랜 호황을 구가하던 유럽 자동차 시장에 작년부터 찬바람이 불면서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2년 가까이 핵심 수출시장인 G2(미국·중국) 지역에서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신흥시장의 고성장으로 막는 한편 선진시장인 유럽에서 성장 기대감을 키우던 차였다.

16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유럽에서 총 103만7596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3.9% 늘어난 54만3292대, 기아차는 4.7% 늘어난 49만4304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은 6.6%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 전체로는 1562만4486대가 팔려 전년 대비 6000대가량 감소했다.

현대·기아차는 1977년 그리스에 현대차 ‘포니’ 300대를 수출하며 처음 상륙했다. 그간 성장은 비약적이다. 2008년 50만8574대에서 10년 만인 지난해 2배 가까운 99만5383대를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3.4%에서 6.6로 늘었고, 업체별 순위는 10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BMW, 다임러, FCA(피아트크라이슬러)를 차례로 제쳐 위로는 폴크스바겐, 푸조시트로엥, 르노뿐이다.

선전 배경에는 성장을 거듭한 시장 분위기도 한몫했다. 2014년 1300만대 규모이던 유럽은 이듬해 1420만대, 2016년 1513만대, 2017년 1563만대로 내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성장세에 마침표를 찍은 데 이어 올해는 -2%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 불확실성 지속, 미국과의 무역갈등, 금리 인상 등 경제 분야에서 악재가 속출하고 있고, 배출가스 규제를 대폭 강화한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도입이 차 판매에 직격탄이 됐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 개발 비용도 만만치 않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재규어랜드로버는 전체 직원의 10%인 4500명 감축을 발표했고, 폴크스바겐과 포드도 구조조정 방침을 밝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업황 전망이 좋지 못해 (신기술 개발에서) 업체 간 협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럽시장 성공을 이끈 i 시리즈와 씨드는 물론 고성능 N 모델을 보강하고, 성장세를 보이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해 흐름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