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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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체육회 대책은 10년전 재탕 수준” [심층기획 - 성폭행·폭력에 짓밟힌 스포츠인권]

‘조재범 사태’ 긴급 토론회/與 여성폭력근절특위 주최/ 전문가들 날선 비판 쏟아져/“영구제명 규정 실효성 의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필요”
“금메달리스트인 심석희 선수도, 아버님이 따님 피해 사실을 듣고 이틀 동안 폭로할지 여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에서 “체육계 선수·학부모 모두 피해 사실을 밝혀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일이 재차 벌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그 피해 사실을 대중에 알린 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가 내놓은 대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문경란 한국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책을 보면 10년 전 한 매체의 체육계 성폭력 보도 이후 내놨던 대책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 및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 주최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대책 마련 긴급토론회’ 참석자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권미혁 의원도 “선수촌 폐쇄회로(CC)TV 설치, 라커룸 비상벨 설치 외에 10년 전 대책을 재탕했다”고 비판했다.

김승규 문체부 체육정책과 과장은 이에 대해 “가해자 영구제명도 규정상 있는데 그런 제도가 체육인 속에 들어가지는 못했다”면서 “문체부가 만든 제도가 대한체육회로 내려가면 실효성이 축소되고, 또 지역·종목별 단체로 가면서 더 무뎌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구체적 피해 예방 대책과 함께 국민체육진흥법의 근본적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함은주 문화연대 집행위원(사회체육학 박사)은 “진흥법 1조에 명시된 ‘체육을 통해 국위 선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구절은 체육계의 결과중심주의 관행을 강화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법 개정 중인 국회가 이 조문 재구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