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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박보희 총재와 주사파

美 청문회장 호령한 ‘대한국인’/한평생 승공·애국·통일운동 앞장/박 총재 테러한 전대협 주역 등/비전향 주사파는 공직 떠나야
“만일 귀하가 미 의회 안에서 소련의 에이전트라면 어떻게 합니까? 만일 트로츠키파 공산주의 사회노동당의 열렬한 지원자였다면 어떻게 합니까? 만일 이와 같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귀하는 반역자입니다. 귀하는 한국의 적이기 전에 미국의 적이요, 모든 자유국가들의 원수입니다.”

현직 대통령까지 낙마시킬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한국인’ 박보희의 발언이다. 1978년 4차례 증언에서 박보희는 당당하게 소신을 피력했다. 미 의회는 코리아게이트로 한국·한국인에 대한 모욕이 극에 달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추진 등 한·미 관계도 최악이었다. 청문회는 한국 정부와 통일교를 한통속으로 엮어 미국 내 활동을 중단시키려 했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
“위원장! 원한다면 내 목을 치십시오. 그러나 귀하는 나의 정신과 영혼은 털끝만치도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며 자랑스러운 통일교인이며 철저한 반공주의자입니다. 본인은 일생 동안 이 긍지를 견지할 것입니다. 그 아무도 이 길을 막을 자가 없습니다.”

박보희의 청문회 증언은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증언록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과 영상은 전군의 정훈 교재로 사용됐다. 일본제국의 조선침략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대한국인’ 안중근 의사의 거사 이후 이때만큼 한민족의 기개를 통쾌하게 떨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 후 청문회 위원장 도널드 프레이저 하원의원은 미국 의회에서 영구 퇴출됐다. 그의 배후엔 국제공산주의 세력이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박보희는 80년대엔 카우사(CAUSA·남북미통일연합) 총재를 맡아 공산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남미를 중심으로 국제승공운동을 펼쳤다. 종교인과 교육자, 재향군인, 정치인, 언론인 등 회원 1000만명을 확보한 카우사는 로널드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에 앞장서는 등 각계에 영향을 끼쳐 1991년 소련 해체를 이끌어냈다. 이로 인해 박 총재는 80년대 내내 소련 KGB의 주요 테러 대상이었다.

워싱턴타임스와 세계일보 사장을 역임하며 언론계에 보수의 기치를 다시 세우고, 김일성 조문과 평화자동차 운영으로 남북 관계까지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박 총재는 6·25전쟁 60주년을 맞은 2010년 의미 있는 세계 순회에 나선다. 한류 원조 리틀엔젤스예술단을 이끌고 참전 16개국 순회공연을 통해 ‘은혜를 잊지 않는 대한민국’ 이미지를 심었다. 거인의 마지막 장도였다.

이처럼 박 총재는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애국자이다. 그런데 이런 박 총재를 향해 ‘민족의 배신자’ ‘역적’ 운운한 세력이 있다. 좌경화된 80년대 대학가 운동권이다. 박 총재의 별세에 즈음해 33년 전 기억을 소환한다. 그들은 86년 5월 15일 고려대에서 열린 남북통일전국학생총연합(통학련) 결성식장을 급습해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강연하던 박 총재한테 돌을 던져 머리를 크게 다치게 했다.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필자는 그때부터 박 총재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그가 사장으로 있던 세계일보에 입사하게 됐다.

박 총재에 대한 테러와 폭력사태를 주도한 이는 국회의원 이인영이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자격으로 학생 200여명을 몰고 와 백주테러를 범했다. 이듬해 출범한 전대협 1대 의장을 지낸 이인영은 훗날 “검찰에 불려가서 나는 ‘친북’을 부정하지 않았다”며 친북은 ‘북한과 친하게 지내자는 의미’라고 농담처럼 밝힌 바 있다. 그에게 묻는다. 박 총재가 왜 민족의 반역자인가.

이번 기회에 북한을 이념의 조국으로 추앙하는 주사파들에게 고한다. 20대 한때의 객기가 아닌, 중장년 이후에도 주체사상을 떨궈내지 못한 비전향 주사파들은 공직을 떠나라. 잇단 KTX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오영식 전 코레일 사장과 잦은 구설 끝에 물러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대협 2기, 3기 의장이다. ‘북한이 거부감을 보인다’는 이유로 6·25 전시납북자를 ‘실종자’로 변경하는 법안을 발의한 송갑석 의원도 4대 의장 출신이다. 이외에도 전향 여부가 불투명한 전대협 출신이 청와대 등 공직에 다수 근무하고 있다.

조정진 논설위원 겸 통일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