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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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위 이용한 ‘투기’ ‘재판 청탁’ 의혹… 염치없는 국회의원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손혜원 의원이 지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SBS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 가족과 측근들은 2017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반 동안 전남 목포시 ‘문화재 거리’의 건물 9채를 매입했다. 손 의원의 딸과 조카·남편, 그의 보좌관 배우자 등이 지난해 8월 ‘목포 근대 역사문화공간’ 지정에 앞서 8채, 그 직후 1채를 사들인 건물 모두 해당 구역 내에 있다. 건물 가격은 현재 3∼4배로 올랐다고 한다. 건물은 문화재가 되더라도 매매에는 큰 제약이 없고, 근대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하는 ‘등록문화재’는 상업적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손 의원은 어제 “투기는커녕 사재를 털고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서 목포 구도심을 살려 보려고 했다”며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다. 불과 1년여 사이에 건물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손 의원은 자금이 부족한 23세 조카에게는 1억원을 주며 사도록 했다. 문화재청장을 만나서는 “목포 등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해 대책을 세워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 손 의원은 관련 정보를 누구보다도 빨리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손 의원은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 4명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법원행정처에 ‘재판 청탁’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 5월 당시 국회 법사위원이던 서영교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인 아들의 죄명을 바꾸고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병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재판 민원을 넣었고, 노철래·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임 전 처장에게 법률 조언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 지위를 이용한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현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서 의원은 2016년에도 가족 채용과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준이 이 정도다. 국회의원들은 지위 남용 및 영리행위 금지, 품위 유지 의무가 있다. 지위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재판 민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불거진 두 가지 의혹의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하고, 사실이라면 일벌백계로 다스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