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믿고 사보세요"… '1인 마켓'이 뜬다 [S스토리]

#1. “여러분 오랜 기간 테스트 끝에 드디어 ‘리프팅 마스크’ 상점을 오픈했어요. 늘어지는 턱살이 고민이라면 무조건 강추입니다. 저 믿고 구매하시면 됩니다.”

직장인 박모(29)씨는 20만 구독자를 가진 뷰티 유튜버 A씨의 열혈 구독자다. 광고 모델로도 활동하는 A씨는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에서 자신의 옷장이나 화장하는 과정 등 일상을 공개한다. 영상 한 개당 평균조회 수는 10만회를 거뜬히 넘긴다. 최근 A씨는 “야식을 먹고도 부기 없는 나만의 관리 비법”이라며 한 업체의 마스크팩을 소개해 판매 중이다. 이미 3세트를 구매한 박씨는 “이전에도 A씨가 사용하고 추천한 제품을 따라서 구매했더니 만족스러웠다”며 “A씨가 한 달간 직접 사용해 보고 영상으로 직접 인증하니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2.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B씨는 2016년 장사를 접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같은 해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면서 직접 한우를 선별해 정성껏 포장하는 영상과 판매하는 고기를 활용해 만든 요리 사진을 하나둘씩 올린 것이 대박이 났다. “인스타그램을 보고 구매하려 한다”며 주문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을 계기로 B씨는 3년 만에 50억원의 연매출을 달성했다. 2016년에는 혼자 가게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10명이 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블로그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이 추천하거나 기획한 상품을 판매하는 ‘1인 마켓’이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에는 오프라인 상점을 보유한 유통업자나 대기업이 시장을 주도했으나 현재는 개인이 온라인상에서 구매자이면서 동시에 판매자로 활약하며 기존 시장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최근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1인 마켓을 ‘세포마켓’(cell market)으로 지칭하고 올해를 이끌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는 판매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극도로 세분화된 세포 단위의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착안한 용어다.

15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으로 검색하면 각각 164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 통계청의 ‘2018년 12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4% 증가한 10조7298억원을 기록했다.
15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마켓’으로 검색하면 164만건에 달하는 연관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연예인보다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

세포마켓은 주로 ‘인플루언서’가 주축이 된다. 인플루언서는 자신만의 콘텐츠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많은 팔로어(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이 큰 개인을 가리킨다.

구글 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구독자 10만명 이상을 가진 유튜버 수는 1275명으로, 2015년 367명에서 2년 새 4배가량 늘었다.

1만명 이상 팔로어를 갖고 있거나 10만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확보한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가히 연예인 이상이다. 팔로어와 구독자는 이들의 콘텐츠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팬’이기 때문에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이들 모두가 ‘잠재적인 고객’이 되는 셈이다. 인플루언서가 소개하거나 판매하는 상품은 화장품부터 식품, 의류, 액세서리, 가전제품 등 다양하다. 주로 자신의 콘텐츠와 관련이 있거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주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헌수 모바일마케팅 캠퍼스 소장은 “보통 (구독자의) 구매전환율을 1%로 보는데, 구독자가 10만명이라면 약 1000명이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라며 “(인플루언서는)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부터 ‘애주가TV’를 운영하는 유튜버 ‘참PD’는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다. “세상 모든 안주를 리뷰한다”는 개성 있는 콘텐츠로 현재 구독자 46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구독자인 자영업자 장모(25)씨는 “참PD가 리뷰한 제품은 항상 리뷰 직후 품절되더라”며 “구체적이면서도 깔끔한 설명과 믿을 만한 평가 덕분에 추천한 제품은 의심 없이 믿고 구매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세포마켓의 이런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이들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 뷰티 크리에이터인 ‘이사배’와 ‘씬’, ‘라뮤끄’ 등은 화장품 업체와 협업해 개발한 브러시나 섀도, 한정판 패키지 세트를 출시해 완판을 기록하기도 했다. 식품 분야에서는 먹방(먹는 방송) 크리에이터인 ‘밴쯔’가 자신의 이름을 건 냉동만두 제품을 출시했고, 다양한 조리법을 소개하는 크리에이터 ‘소프’는 CJ그룹과 손잡고 ‘소고기 버터장조림’을 출시해 3차 준비 수량까지 완판했다.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 이사배 인스타그램 캡처

◆고용난·직업 다양화·취향 존중…세포마켓의 성장동력

전문가들은 세포마켓의 성장동력으로 가장 먼저 ‘낮아진 진입장벽’을 꼽았다. 과거에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자본, 쇼핑몰 개설, 사업자등록증 및 통신판매 신청까지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으나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간편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 마음만 먹으면 마켓을 열 수 있게 됐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소비자정보학)는 “기술의 발전으로 모바일을 통해 손쉽게 사고파는 유통과정이 가능해지면서 (이 같은 마켓이) 활성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취업난과 조기은퇴 등으로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한 가지 직업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여러 가지 일과 취미를 병행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는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진 ‘N잡러’라는 새로운 족속이 등장했다”며 “N잡러는 생존형 업무를 병행하는 투잡족과 달리 본업에서 채워지지 않는 자아실현을 위해 관심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보과잉 시대에 나에게 진짜 필요한 콘텐츠를 걸러 제공해주는 존재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1인 마켓의 확산을 촉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 소장은 “경제학자인 마이클 바스카가 자신의 저서 ‘큐레이션’에서 지적했듯 사람들은 과도하게 많은 정보로 인해 무엇이 진짜 정보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라며 “이런 가운데 제대로 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보를 걸러내는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 숙명여대 교수(사회심리학)는 “너무 많은 것이 쏟아지다 보니 뭘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를 골라주듯 선택을 해주면 소비자들이 훨씬 편리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것도 세포마켓의 성장을 견인한 원동력이다. 김 교수는 “요즘은 ‘다품종 소량 시대’이다 보니 예전에는 백화점식 판매방식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한 가지라도 자기 전문 분야를 선호하고 파고드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소비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불 불가, 연락 두절…피해사례도 증가

1인 마켓이 커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개인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받지 않거나, 청약철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SNS 쇼핑과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은 총 869건으로, 2017년 814건에 비해 7% 증가했다. 피해사례로는 ‘계약취소와 반품, 환급’ 관련이 5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운영중단, 폐쇄, 연락 불가’가 10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제품 불량·하자(76건), 배송지연(63건) 등이 피해사례로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전자상거래(국내온라인거래, 국제온라인거래, 소셜커머스) 관련 상담건수도 2016년 12만6000건에서 2017년 14만6879건, 2018년 16만230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SNS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경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판매자가 연락처나 통신판매신고번호 등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메신저나 댓글만을 통해 연락이 가능하다면 분쟁 발생 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中 '웨이상 3000만명… 올 시장규모 163조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의 ‘웨이상’이다. 웨이상은 중국 내 대표적인 SNS인 ‘웨이보’나 ‘웨이신’(위챗) 등을 활용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판매상을 뜻한다.

웨이신이 2012년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플랫폼인 ‘펑유취안’(모멘트)을 만든 것을 계기로, 이듬해인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웨이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용자들은 모멘트에 등록된 친구들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호응을 얻으면서 웨이상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웨이상의 80%가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자)와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자)다. 유명 웨이상이 되면 억대 매출도 가능하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면서 웨이상은 2017년 기준 2018만8000명을 돌파했고, 시장 규모도 6834억8000만위안(약 113조원)으로 불어났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는 올해 웨이상 시장 규모는 9804억3000만위안(약 163조원), 웨이상 수는 3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역시 기존 아마존, 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중심에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SNS를 통한 시장이 확대되면서 양상이 다양화하고 있다. 1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거느린 ‘소셜 인플루언서’를 통해 추천된 제품이나 기업이 광고한 제품이 SNS 내에서 구매까지 이뤄지도록 SNS 업체들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10명 중 3명이 핀터레스트와 인스타그램, 트위터, 스냅챗 등을 통해 구매까지 했다고 답했다.

관심 있는 이미지를 모아서 보고 공유하는 SNS인 핀터레스트는 ‘비주얼 서치’와 ‘바이어블 핀’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했다. 비주얼 서치는 키워드가 아닌 이미지 자체로 검색이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다. 여기에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매장으로 직접 연결하는 바이어블 핀이라는 서비스를 결합, 이용자들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이미지로 검색하고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12월부터 판매자들이 소비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라이브 동영상’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판매자는 동영상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실시간 채팅을 통해 구매자 질문에 응답할 수 있다. 또 소비자는 구매하고 싶은 제품의 사진을 메신저를 통해 판매자에게 보내 구매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해당 기능을 태국 등 다른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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