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外治도 좋지만… 문제는 경제

“손님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설 연휴 첫날, 집안 어른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가는 길에 탑승한 택시를 운전하던 기사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택시요금이 인상되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택시 대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거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듣고 지금 사는 동네의 한 식당에서 만둣국 값을 1000원 올린 직후 손님이 감소해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1000원 안팎에 불과한 가격 변동에도 사람들의 민감한 반응은 체감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금요일 저녁이면 손님들로 가득했던 이태원 식당가는 요즘엔 예약하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한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종로나 신촌 등 역세권 빌딩에 내걸린 ‘임대’ 표지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도 서류전형 통과조차 쉽지 않다.

설 연휴에 만난 이들의 화두는 소득, 임대료, 취업 등 경제 문제였다. 일례로 이달 말로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은 큰 관심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남북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시범철수·파괴 검증과 철도·도로 현대화 착공식 등 정부와 여권이 강조해온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이슈는 경제 문제에 밀려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가장은 가족들의 신뢰를 받기 힘들다. 실직한 가장이 “로또 1등 당첨되면 다 해결된다”며 친동생이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하루 종일 ‘로또 구입’에 몰두한다면 가족들은 가장을 어떻게 대할까. 몇 푼이라도 벌어 가계에 보태는 가장이 가족에게 더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여권은 지난해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화해 분위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상황에서 남북 관계에 올인하는 행보는 올해도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역대 정권이 모두 시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성공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로또 1등 당첨과 같은 수준의 업적을 남길 수 있다. 그럼에도 로또 1등 당첨이 쉽지 않은 것처럼 평화체제 구축이 성공할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한파 수준이다.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한번 오른 생활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외치(外治)가 경제에 밀려 빛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기자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상황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답방에 나서더라도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남북 분단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첫 방남이 별다른 파급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향후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동력 확보는 난항을 겪을 것이다. 정부가 외치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 민심을 얻는 게 필수적인 이유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를 누르고 당선됐을 때 사용했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economy, stupid)”라는 구호는 지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돕는 인심은 곳간이 가득 찰 때 나오는 법이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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