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우리 제조업 상황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주력산업치고 경고등이 켜지지 않은 것은 드물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부터 그렇다. 1월 반도체 수출가격은 한 달 만에 10% 하락했다. D램 수출가격은 14.9%나 떨어져 7년5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올해 D램 가격이 30%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모든 경제지표는 적색으로 돌아선다. 강성노조와 고임금에 발목 잡힌 자동차는 세계 7위까지 내줘야 할 판이다. 철강, 조선, 무선통신기기도 내리막길을 달린다. 제조업 취업자가 지난달 17만명이나 줄고, 제조업 생산능력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시퍼렇게 멍든 경쟁력에서 비롯된다.
대외 환경도 제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미·중 협상에서 중국은 향후 6년간 2000억달러어치의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겠다는 제의를 했다고 한다. 수입 자동차에 초고율 관세를 매기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 발동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라면 경쟁력 강화는 진즉에 국가적 과제로 등장했어야 옳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반시장 정책만 쏟아낼 뿐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로 비용 부담을 급격히 늘리고, 친노조·반기업 규제로 족쇄를 채운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일자리 40만개, 국내총생산(GDP) 10조7000억원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새해 들어 대통령과 총리, 장관들이 잇달아 기업을 찾아 투자를 채근하면서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걸림돌을 치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걸 두고 ‘친기업 행보’라고 선전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정부 인사들의 기업 방문으로 투자가 일어나고 제조업 경쟁력이 높아질 리는 없다. 정부는 규제개혁 헛구호만 외치지 말고 기업이 원하는 규제 하나라도 제대로 없애기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생존이 걸린 제조업 경쟁력을 살리는 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