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류랑디추’ 포스터. |
‘류랑디추’는 36억5000만위안을 벌어들인 지난해 개봉작 ‘훙하이싱둥’(紅海行動)을 이미 넘어서 역대 2위 흥행 영화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류랑디추가 50억위안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 유명 SF 작가인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류츠신은 SF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중국의 유명 작가다. 류랑디추의 흥행 성공으로 중국 내에서 류츠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서점마다 ‘류츠신 코너’가 별도로 만들어져 ‘삼체’, ‘시간 이민’, ‘2018’ 등 주요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또 장웨(掌閱), 웨이신두수(微信讀書) 등 주요 스마트폰 독서 앱에서도 류츠신의 작품이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촬영지인 칭다오(?島) 동방영화 도시도 화제다. 산둥(山東)성 칭다오 링산(靈山)만 영상문화 산업단지 내에 있는 이곳은 부동산 기업인 완다(萬達) 그룹이 조성한 영화 단지다. 제작과 촬영, 편집까지 모든 작업을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동양의 할리우드인 ‘찰리우드’라는 별칭도 얻었다.
영화 잔랑2. |
영화 '훙하이싱둥' 포스터. |
영화는 일찍부터 홍보를 위한 정치적인 수단으로 많이 활용됐다. 대중적으로 친숙하다는 장점 때문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사상을 통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독 국가체제와 정체성을 강조하는 홍보 영화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는 ‘굴기하는 중국’을 상징한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경제 대국, 군사 강국으로서의 중국의 자신감이 영화에 담겨 있다.
실제로 ‘잔랑 2’나 ‘훙하이싱둥’ 등은 중국 군사 굴기와 중국 군인의 영웅담이 주 내용이다. “중국인을 해치는 자, 반드시 처벌한다”는 잔랑 2의 영화 홍보 포스터가 이를 상징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의의 사도, 중국’이라는 공식이 영화에 반영된다.
‘중국 굴기’라는 국가 차원의 자신감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을 향한 야망이 영화를 통해 분출되면서 중국인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군사 굴기를 통해 우뚝 선 중국이 문화권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소프트파워’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과정인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도 미국적인 가치, 애국심 등을 강조한 영화가 많다. 미국의 유명한 SF 영화인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도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한 영화인은 “노골적인 애국심 고취와 힘 있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세계에서 굴기하려는 중국인들의 감성 코드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