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애국주의 영화 나오면 흥행… ‘굴기’에 열광하는 중국인 [세계는 지금]

“중국 최초의 공상과학(SF) 대작으로 대담한 상상력과 스토리 전개, 세계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스크린 영상미가 할리우드 수준이다.”(관영 신화통신) 중국인이 지구를 멸망의 위기에서 구해낸다는 내용의 SF 영화 ‘류랑디추’(流浪地球·The Wandering Earth)가 중국 영화관에서 개봉 15일 만에 입장수입 40억위안(약 6700억원)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4일 중국 연예오락 매체인 서후오락(搜狐) 등에 따르면 ‘류랑디추’는 상영 15일째인 지난달 19일을 기준으로 오후 입장수입이 40억위안 고지를 넘었다. 인류 최초로 달 뒤편에 착륙한 창어(嫦娥) 4호로 우주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인이 위기의 인류를 구한다’는 내용이 중국인의 감성 코드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영화 ‘류랑디추’ 포스터.
◆애국주의 영화, 나오면 흥행 성공… 1위는 잔랑2, 3위는 훙하이싱둥

‘류랑디추’는 36억5000만위안을 벌어들인 지난해 개봉작 ‘훙하이싱둥’(紅海行動)을 이미 넘어서 역대 2위 흥행 영화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류랑디추가 50억위안은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영화는 중국 유명 SF 작가인 류츠신(劉慈欣)이 2000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류츠신은 SF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중국의 유명 작가다. 류랑디추의 흥행 성공으로 중국 내에서 류츠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서점마다 ‘류츠신 코너’가 별도로 만들어져 ‘삼체’, ‘시간 이민’, ‘2018’ 등 주요 작품들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또 장웨(掌閱), 웨이신두수(微信讀書) 등 주요 스마트폰 독서 앱에서도 류츠신의 작품이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 촬영지인 칭다오(?島) 동방영화 도시도 화제다. 산둥(山東)성 칭다오 링산(靈山)만 영상문화 산업단지 내에 있는 이곳은 부동산 기업인 완다(萬達) 그룹이 조성한 영화 단지다. 제작과 촬영, 편집까지 모든 작업을 이곳에서 처리할 수 있다. 동양의 할리우드인 ‘찰리우드’라는 별칭도 얻었다. 
영화 잔랑2.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1위는 2017년작 ‘잔랑(戰狼) 2’(Wolf Warrior 2)로 입장수입은 56억8000만위안(약 95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중국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1, 2, 3위는 잔랑2, 류랑디추, 훙하이싱둥 등 모두 애국주의를 자극하는 영화가 차지했다. ‘중국판 람보’로 불리는 ‘잔랑 2’는 중국의 전직 특수 부대원이 내전이 일어난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난민과 중국인을 구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훙하이싱둥’은 중동지역 예멘 내전에서 중국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잔랑 2가 개봉됐던 2017년에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창군 과정을 담은 ‘건군대업’(建軍大業)도 개봉해 중국인의 큰 관심을 받았다. 2017년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이었고,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가 열렸던 해다. 해외 언론들은 “중국군 건군 90주년, 19차 당 대회 등을 계기로 애국주의 색채가 담긴 전쟁 영화가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영화 '훙하이싱둥' 포스터.
◆스크린 애국주의 정치학… 굴기하는 중국에 중국인 열광

영화는 일찍부터 홍보를 위한 정치적인 수단으로 많이 활용됐다. 대중적으로 친숙하다는 장점 때문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쉽게 전달할 수 있어서다. 사상을 통제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유독 국가체제와 정체성을 강조하는 홍보 영화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국제정치의 역학관계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애국주의 영화는 ‘굴기하는 중국’을 상징한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에 대적할 수 있는 경제 대국, 군사 강국으로서의 중국의 자신감이 영화에 담겨 있다.

실제로 ‘잔랑 2’나 ‘훙하이싱둥’ 등은 중국 군사 굴기와 중국 군인의 영웅담이 주 내용이다. “중국인을 해치는 자, 반드시 처벌한다”는 잔랑 2의 영화 홍보 포스터가 이를 상징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의의 사도, 중국’이라는 공식이 영화에 반영된다.
류랑디추도 마찬가지다. 공간적 배경을 우주로 옮겼다. 태양이 수명을 다해 멸망의 위기에 처한 인류가 삶의 터전인 지구를 우주의 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목성과 충돌하는 상황을 중국인 우주비행사와 그들의 동료가 구하는 내용이다. 잔랑 2나 훙하이싱둥과 마찬가지로 미국과는 다른 중국적 세계관과 중국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인민일보, 중국 중앙방송(CCTV) 등 관영 매체는 “중국인의 가치관과 상상력이 영화에 담겼다. 중국인이 지구를 구했다”며 “훨씬 더 자신감 있는 대국의 마음 자세를 보여준다”며 극찬에 나섰다. ‘위기에 처한 인류와 이를 구하는 영웅’이라는 애국주의와 휴머니즘이 적절하게 섞인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중심은 엄연히 중국과 중국인이다. 

‘중국 굴기’라는 국가 차원의 자신감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을 향한 야망이 영화를 통해 분출되면서 중국인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한 군사 굴기를 통해 우뚝 선 중국이 문화권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소프트파워’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중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과정인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도 미국적인 가치, 애국심 등을 강조한 영화가 많다. 미국의 유명한 SF 영화인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도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한 영화인은 “노골적인 애국심 고취와 힘 있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세계에서 굴기하려는 중국인들의 감성 코드를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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