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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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작가 5인이 쓴 냉면에 얽힌 5가지 이야기

안전가옥, 공모 당선작 ‘냉면’에 담아

다섯 가지 맛 서로 다른 냉면 문학 이야기가 담겼다. 냉면에 얽힌 얘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글모음이다. 유난히 심한 폭염이 찾아왔던 작년 8월 출판사 안전가옥은 냉면을 다루는 이야기를 공모했고, 선정한 다섯 편으로 책을 엮었다.

인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원작자 김유리, 창비어린이문학상으로 등단한 범유진, 장르 하이브리드를 선도하는 dcdc, 호러 미스터리 장르의 대가 전건우, 이야기의 한계가 없는 곽재식. 책에는 장르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5인의 작품이 실렸다. 부산에서부터 남극까지, 국제통화기금(IMF) 시절부터 최근까지 장소와 시대를 넘나드는 냉면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유리 작가의 한 토막이다.


“시시콜콜한 화제부터 유머코드, 정치적 견해까지 모든 것이 잘 맞던 대학 선배 B. 오랜 연애 끝에 B와 결혼하지만 그는 무력한 남편이 되어 외도를 한다. 결국 B의 빚 절반을 떠안은 채 이혼하게 된 여자 A. 이혼 후 만난 남자 C는 자칭 ‘롸커’다. 하지만 그가 아는 롸커는 김경호뿐이고 온갖 찌질함으로 무장한 C는 여자에게 구질구질한 연애의 전형을 경험하게 해주는데….

그때 나타난 남자 A. 그는 여자 A보다 열세 살이나 어린 연하인데, 심지어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능력까지 좋다. A는 아무것도 없는 여자에게 대뜸 사귀자고 한다. ‘땡잡았다’ 하고 2년 동안 별 탈 없이 연애를 지속하고 있는 둘. 하지만 이제 여자는 A에게 묻고 싶다.

‘내가 왜 좋아요?’ 그런데, 진짜 물어봐도 되는 걸까? 이 남자, 정말 정체가 뭘까?

그랬다. 나는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 적어도 이 논픽션 소설의 끝에 이르기 전까지는. 나는 누구에게 견줘도 지지 않을 멍청한 사랑을 계속해왔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과 꼭 진주 하연옥에 냉면을 먹으러 왔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내가 먹은 냉면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내가 저지른 멍청한 연애담이기도 하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고깃집에서 먹는 입가심 한 그릇이지만, 믿는 이들은 역사, 먹는 방법,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하는 한 그릇의 냉면이다. 책에는 로맨스, SF, 호러, 블랙코미디, 성장물 등 문제적 음식 냉면에 관한 에피소드가 실렸다.

 

정승욱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