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핵협상 중단 고려”, 1년 전 대결구도로 돌아가자는 건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공개적으로 어깃장을 놓기 시작했다. 어제 러시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거나 이런 식의 협상에 나설 의사가 없다”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렬된 하노이 회담을 놓고는 미국을 향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고 비난했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비핵화 이행 일정을 내놓지 않으면서 비밀 핵시설을 가동해 천금 같은 기회를 날린 건 북한이 아닌가. 그러고도 비핵화 협상 중에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한 사실이 유엔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나자 대놓고 반발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과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해 놓고 여태까지 핵 검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핵무기와 핵물질, 핵시설, 생화학무기를 폐기하는 ‘빅딜’을 요구하자 생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수없이 봐온 북한의 전형적 수법이다.

표리부동 술책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노이 회담에서 다시 확인된 말뿐인 비핵화로는 대북제재 해제의 출구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끝내 협상 테이블을 걷어찬다면 국제사회의 제재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것이고 북한 경제사정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지금은 북한이 “협상 중단” 운운하며 미국을 압박할 때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대접받고 베트남처럼 경제부흥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냉정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김 위원장은 진정한 비핵화 조치 외에는 길이 없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굳건한 공조를 통해 대처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는 미국과 달리 남북 경협만 외치고 있다. 지난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선 북한이 제시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불가역적인 단계로 평가하면서 “남북협력 사업들을 속도감 있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에 평화기획비서관을 신설하고 ‘대북제재 무용론’을 펴온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을 통일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니 미 국무부가 인권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탈북민과 탈북단체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등 한·미 간에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평화는 비핵화라는 다리를 건너야 가능하다. 북핵과 동거하는 평화는 허상이다. 한·미 공조가 어그러지면 북핵 폐기도, 평화도 물 건너간다. 정부는 미국과의 불협화음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 공조를 굳건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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