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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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종이영수증 대안 고민해야

“영수증 드릴까요?”

편의점이나 카페에서 결제를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버려주세요”라고 할 때가 많다. 계산대 옆 바구니엔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지 않은 영수증이 수북하다.

이진경 사회부 차장

이따금 영수증을 받아올 때가 있는데, 대형마트 등은 묻지 않고 영수증을 건네준다. 주차 인증 자료로 영수증이 필요한 경우다.

영수증을 받아오면 사실 귀찮다. 영수증에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며 꼭 찢어서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상점마다 정보를 지우는 부분이 달라 몇 군데에서 나온 영수증을 조합하면 내 카드 정보를 다른 사람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때그때 찢어버리면 되지만, 그러지 않고 주머니나 지갑에 여러 장 쌓아놓게 되면 나중에 처리하는 것도 일이다. 이 귀찮음 탓에 상점에서 영수증을 받아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역시 개인정보 때문에 찜찜함은 남아 있다.

최근 자주 가는 대형마트에서 종이영수증을 발급받지 않는 법을 알게 됐다. 앱을 다운받아 ‘종이영수증 미출력’ 설정을 해놓으면 종이영수증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산 물품 목록과 가격은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수증을 일일이 찢어버리는 귀찮음도,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라는 찜찜함도 덜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영수증은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결제를 하면 반드시 딸려 나오는 부산물이다. 신용카드 승인 및 전표, 가맹점 단말기 관리 등의 업무를 맡는 밴사도 결제 내역 관리를 위해 영수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많은 것이 ‘페이퍼리스(paperless)’ 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요즘, 종이 형태의 영수증이 필요한지, 없애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종이영수증 발급건수는 2012년 기준 연간 약 310억건, 발급 비용은 25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후 집계된 자료는 없으나 6년도 넘게 지났으나 건수와 비용은 훨씬 많이 불어났을 터다. 발급된 영수증의 대부분은 그냥 버려진다.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 수입용지 등도 생각해볼 문제다.

영수증으로 쓰이는 종이가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영수증은 표면에 잉크 역할을 하는 발색제가 발린 상태로 종이 위에 특수 코팅을 해 만든다. 열을 가하면 글씨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이때 발색촉매제로 사용되는 물질이 비스페놀 A라는데, 이는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영수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비스페놀 A 체내 농도가 2배 높아진다는 국내 한 대학 연구팀의 논문이 발표된 적이 있다.

영수증 처리의 귀찮음을 줄이기 위해 찾아보니 전자영수증이란 게 있었다. 수년 전 주요 편의점, 커피전문점, 대형마트, 백화점들은 전자영수증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전자영수증 사용이 많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은 것 같다. 여전히 “영수증 드릴까요?” “아니요”의 대화가 반복되는 걸 보면 말이다. 허공으로 날아가는 수만t의 종이와 수천억원의 비용을 아끼고, 환경호르몬 노출도 줄이기 위해 고민과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해 보인다.

 

이진경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