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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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관리? 무언의 경고?… 트럼프의 '침묵 모드' [뉴스+]

멀베이니 “北 핵실험 재개 땐 신뢰 위반… 대화는 계속돼야” / “트럼프·김정은의 관계는 좋아 / 미래 어느 시점 마주 앉을 수도” / 3차 정상회담 가능성 열어둬 / 트럼프 ‘崔 발언’ 후 나흘째 침묵 / 파장 확산 막고 대화 견인 차원 / 北 압박에 ‘무언의 경고’ 분석도 / 김정은 등 北 수뇌부도 무대응 / 美 반응 나올 때까지 기다릴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워싱턴 세인트존스 성공회교회 예배에 참석한 뒤 차에 오르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워싱턴=UPI연합뉴스

믹 멀베이니(사진)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17일(현지시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핵화 협상 중단 검토’ 발언과 관련해 “북한이 실제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신뢰 위반이 될 것이지만 북·미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그들(북한)이 (미사일)실험을 다시 한다면 그것은 진정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미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되풀이한 것이다.

 

다만 그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좋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북·미 간 협상 재개 논의는 계속될 수 있으며 계속돼야 한다”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마주 앉을 수 있다고 예측한다”고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멀베이니 대행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경우 단지 하나의 핵무기 문제를 푸는 데 수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우리가 이 문제를 한 번 또는 두 번의 회담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198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난 미·소 정상이 이듬해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군축 협의를 위해 다시 마주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1987년 워싱턴에서 만나 ‘중거리핵무기폐기협정’(IRNFT)에 서명한 군축협상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 부상의 공세와 관련해 나흘째 침묵을 지켰다. 섣부른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판이 깨지는 것을 막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견인하려는 상황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감지됐을 때 “매우 실망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 파장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벼랑 끝 전술’로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북한에 밀리지 않겠다는 ‘무언의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북·미 양측이 이번 비핵화 협상의 성격상 가장 중요한 양국 정상 간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수뇌부도 최 부상의 ‘폭탄 발언’ 이후 나흘째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일단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접 반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눈치다.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비핵화 협상에 대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신 지방경제 발전을 화두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지자 내부 결속을 통한 장기전을 채비하는 것으로 비친다. 노동신문은 18일 “군(郡)의 역할을 높이고 지방의 원천과 잠재력을 옳게 이용한다면 군 자체로 경제발전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풀고 군내 인민들의 생활을 높여나갈 수 있다”며 “모든 군들에서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은 아울러 러시아, 중국 등 우방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며 국제사회 고립을 탈피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권이선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