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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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제 개편, ‘12·15 합의’ 정신 살려 대화로 풀어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진통 끝에 선거제 개혁 단일안을 도출하고,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선거제 개혁 합의안은 ‘지역구 225석, 권역별 비례 75석 고정·연동률 50% 적용’이 골자다. 연동 방식은 당초 야 3당이 주장한 ‘100% 연동제’의 절반에 그쳤지만, 정당득표율만큼 권역별로 의석수를 배분해 사표를 줄인다는 기본 취지는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야 4당은 이번 주 초 정당별 합의안 추인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패스트트랙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바른미래당에선 연동률 100% 미적용에 대한 불만 표출로 노선 갈등이 재연됐다. 평화당도 호남 지역구 의석수 감소를 둘러싼 이견이 불거져 어제 의원총회 추인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불발됐다. 한국당은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고 벼른다. 어제는 원외위원장까지 포함한 ‘좌파독재 저지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열어 강도 높은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은 희대의 권력거래이자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정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 시간만 흐르다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혁이 무산될 수 있다. 선거제 개혁 논의는 지역주의에 기반한 거대 양당의 승자독식 구조와 극한 대결 정치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 진행돼 왔다. 여야 5당은 지난해 12월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2019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한국당은 시대적 과제인 선거제 개혁의 발목을 잡지 말고 ‘12·15 합의’ 정신으로 되돌아가 지금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선거제는 게임의 규칙인 만큼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토대로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4당도 끝까지 대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4당이 실제로 패스트트랙을 강행할 경우 한국당의 반발로 극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 여야 갈등으로 헛바퀴만 굴리다가 지난 7일 올 들어 처음 열린 국회 운영에 또다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극단적 대립을 피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책무다. 지금이라도 여야 5당이 머리를 맞대고 접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