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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미래… 범죄·폭력 없는 청정환경 만들 것” [차 한잔 나누며]

설립 20돌 자녀안심재단 이사장 이충호 변호사 / 초임 검사 시절 청소년 선도 담당 / 훈계보다 식사·대화로 마음 열어 / 범국민적 청소년 보호 운동 추진 / 꿈·희망 펼칠 수 있는 터전으로

지난달 재단법인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이하 자녀안심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이충호 변호사는 “올해 재단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할 일이 태산”이라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기차가 지나가는 데 필요한 철도 침목 하나 역할을 할 것이며, 성과를 내기보다는 재단 발전의 씨앗이 되겠다”고 겸손해했다.

검사 출신으로 첫 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 자리인데도 매일 출근해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등 열정적이다.

초임 검사 시절 청소년 선도 업무를 담당한 그는 “젊은이들이 과오를 저지르더라도 다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면 용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했다고 한다. 그때 학생들을 불러 타이르는 것보다는 찾아 가서 학용품을 사 주고 같이 식사하며 대화를 하는 것이 선도에 더 효과적인 사실을 체득했다는 것이다.

이충호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 국민재단’ 이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공부만 하라고 스트레스를 줄 것이 아니라 즐겁게 살며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이 이사장은 대학 다닐 때는 교육학을 부전공으로 하고 싶었지만 당시 법대에 교육학과가 개설되지 않아 사범대에서 교육학 강의를 들었다. 청소년 교육에 일찍이 관심을 가진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법무부에서 재단 이사장 제의가 왔을 때 주저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청소년이 밝고 맑고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며 “재단이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급변하는 사회와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니며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생활 터전을 만드는 것이 재단의 지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모두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수많은 청소년 단체가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국민 모두가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일에 동참하는 등 범국민적 청소년보호운동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단체들과 의견 교환을 하는 등 소통을 원활히 할 것”이라며 “세미나 등을 통해 보다 긴밀히 유대를 강화해 필요한 법과 제도도 정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 아무 걱정 없이 희망 찬 미래를 향해 정진할 수 있는 청정한 학교와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운동을 벌여왔다”며 “범죄예방과 선도, 보호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재단은 청소년 사업과 법 교육 사업에 역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과 법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청소년 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법 교육은 전문 강사를 양성해 관리를 해야 하지만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법무부 공무원과 기업 직원은 물론 퇴직공무원과 회사 퇴직자들이 자신의 고향에 가서 청소년들과 얘기를 나누며 그들에게 꿈을 키우는 일에 도움을 주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청소년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청소년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부모들의 의식 속에는 자녀를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대학에 진학시켜야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있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살며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어른들도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는 “학교 교육 등이 제도적, 법적으로 잘 돼 있어야 한다”며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데 사회적으로 힘들지 않아야 결혼해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문제와 저출산 문제는 서로 연관돼 있는 만큼 청소년 문제를 범국가적, 범사회적으로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면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다문화가정의 청소년 문제도 이제는 사회적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낸 그는 “법은 국민과 함께 숨을 쉬어야 한다”며 법 정신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법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와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나에게 권리가 주어지면 내가 남에게 뭘 해야 하느냐가 진정한 법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을 떠난 후 3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이 이사장은 변호사를 계속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에 몸담고 있을 때는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검사를 그만 둬 변호사를 시작했다”며 “3년 하니까 더 이상 못하겠더라. 더 하면 사람이 변할 것 같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편 자녀안심재단은 오는 5월27일 염수정 추기경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단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할 예정이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