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日 뒷골목 노포에서 한국이 제대로 보이더라” [차 한잔 나누며]

‘일본 덕후’ 공태희 경인TV PD / 300번 넘게 여행… ‘골목 도쿄’ 펴내/ “한국과 문물교류 비로소 이해가 돼” / 양국 맥주·음식 등 차이점도 설명 / “한국인, 日 농후한 맛 짜다고 오해” / “한국 음식 명란젓·곱창 활용 요리 / 2편선 후쿠오카와 비교 해볼 것”
‘골목 도쿄’의 저자 공태희 경인TV PD는 “일본의 골목에는 ‘심야식당’이나 ‘고독한 미식가’의 맛집은 없다”며 “다만 한 곳에서 수십년 동안 장사를 계속해온, 평범하면서도 맛있는 식당들이 우리를 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공태희 PD 제공

“도쿄에는 (일본 드라마에 나오는) ‘고독한 미식가’가 없습니다. 고독한 미식가가 밥을 맛있게 먹는 ‘맛집’도 없고, 손님이 주문하면 어떤 요리든 다 해주는 ‘심야식당’도 없습니다. 다만 줄을 서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평범하지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은 많습니다.”

‘골목 도쿄’의 저자 공태희 경인TV PD는 도쿄의 골목길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을 ‘세상 모든 것의 덕후’라고 했다. ‘덕후’란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로, 어떤 분야에 몰두해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공 PD는 모든 것의 덕후라고 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덕질은 ‘일본’이다. 공 PD는 “일본을 300번 넘게 다녀왔다”고 말했다.

“5∼6년 전에 일본을 얼마나 다녀왔는지 세 본 적이 있습니다. 200회가 넘었더라고요. 그 이후에는 집계하지 않았어요. 의미가 없거든요.”

 

경제적 부담이 작지 않을 것 같다고 묻자 그는 “항공권이 워낙 싸졌고, 숙박비도 한국과 비교해 많이 비싸지 않아 괜찮다”고 답했다. 수백번 일본을 다녀온 그가 갑자기 책을 쓰게 된 데에는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일본을 자주 방문해보니 역설적으로 한국이 제대로 이해되더라고요. 일본은 가까운 이웃이기도 하지만, 과거 일본에 식민 지배 당하면서 일본 문물이 한국으로 많이 넘어왔습니다. 방송 용어 등 언어를 비롯해 음식과 건물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만 있으면 이게 한국 것인지, 일본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일본에 가서야 비로소 보입니다.”

공 PD는 ‘골목 도쿄’에 대해 “일본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우리 이야기를 담은 책”라고 설명했다. ‘골목 도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대표 도시인 도쿄의 골목을 다룬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과 ‘고독한 미식가’ 등을 통해 소개된 일본의 식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부터 신주쿠와 시부야 골목에 위치한 식당을 소개한다. 한국과 일본 음식의 차이도 설명한다.

“‘골목 도쿄’는 여행 가이드북이 아닙니다. 일본에 대한 입문서입니다. 도쿄에 위치한 노포(오래된 점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술이나 음식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는 내용도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 맥주의 차이점은 물론, 한국인이 자주 갖는 불만인 일본 음식의 짠맛에 대한 설명도 적었습니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특히 공 PD는 일본 음식에 대해 단맛보다 짠맛이 강하다는 한국인의 평가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음식의 농후한 맛을 짜다고 오해하는 겁니다. 예컨대 일본 라면은 소뼈나 돼지뼈를 비롯해 가리비 등 해산물, 닭 육수 등이 섞인 복잡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짜다고 해석하죠. 반면 우리는 김치를 짜다고 하지 않습니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를 기본으로, 액젓까지 들어가 상당히 짠 음식입니다. 일본의 우메보시(매실 절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짜다고 하지만 일본인은 짠맛보다 기분 좋은 신맛으로 기억합니다. 서로 느끼는 맛이 다른 거죠.”

공 PD는 일본의 골목 시리즈를 5편 이상 구상 중이다. 시리즈 첫 번째는 도쿄였다. 그는 “도쿄는 일본을 상징하는 도시”라며 “현재와 과거, 미래가 모여 있는 곳으로, 일본의 모든 것이 응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2편에서는 규슈섬의 후쿠오카를 다룰 예정이다.

“후쿠오카는 한국과 인연이 많습니다. 한국의 명란젓이 일본으로 넘어가 명란파스타를 만들었고, 그게 다시 한국으로 전파됐습니다. 후쿠오카를 대표하는 모쓰나베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는 곱창을 먹지 않았는데, 한국교민들이 곱창을 먹는 것을 보고 요리가 나왔다고 하네요. 이처럼 후쿠오카에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책을 쓰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