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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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과 절대로 사이좋게 못 지내”

여건이 재일민단 단장 밝혀 / ‘교류 희망’ 정부 입장과 배치

여건이(사진) 재일대한민국민단 중앙단장이 재일조선인총연합(조총련)과 절대로 사이좋게 못 지내겠다고 밝혔다.

18일 재외동포 전문 매체인 월드코리안신문에 따르면 여 단장은 지난 16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친선협회 회장과 방한해 서울에서 열린 오영석 도쿄민단 의장 취임 축하연에서 “조총련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는 소리가 있다. 3·1절 행사도 같이하라고 한다. 하지만 절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단은 1946년 창립해 이듬해인 1947년 3월1일 도쿄 히비야(日比谷)공원에서 첫 3·1절 행사를 치렀다. 그 후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3·1절 행사를 치러왔다”면서 “하지만 조총련은 3·1절을 기념하지 않는다. 3·1운동은 실패한 운동이다. 김일성 같은 위대한 영도가 없어서 실패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여 단장은 조총련이 조선노동당의 직접적인 지시를 받은 단체라고 강조하면서 “조총련이 노동당과 관계를 끊으면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신문이 전했다. 조선학교에 대해선 “민족학교에서 학생들은 김일성 사상을 공부한다. 역사교과서도 김일성 혁명역사를 배운다. 우리가 배우는 것과 다른 역사다. 교과서도 학교 밖으로 반출이 금지돼 있다”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는 조총련 정책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현재 남북 긴장 완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재일동포의 경우 국적을 불문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고향 방문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우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여권을 중심으로 민단과 조총련의 화합 필요성이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지난해 10월 주일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민단·조총련 교류를 공식 제기했고, 이수훈 주일 대사는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여 단장은 최근 유튜브 ‘김동길 TV’에 출연해 내년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입장·응원과 관련해 “보도를 보면 공동입장, 공동응원단(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휴, 우리(민단)는 못 한다. 왜? 일본사람들이 조총련, 북한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