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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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악의 성지’ 금호아트홀, 신촌에 새둥지

재계약 불발로 19년 광화문 시대 마감 / 5월 연세대로 이전… 새출발 무대도

우리나라 실내악의 성지 금호아트홀(사진)이 19년 만에 광화문 시대를 마감하고 서울 신촌으로 옮긴다.

21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따르면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빌딩에 위치한 금호아트홀은 30일 마지막 공연을 무대에 올린 후 다음 달 1일부터는 연세대학교 내 금호아트홀 연세로 옮긴다. 이는 원래 2000년 준공 이래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으로 사용됐던 대우건설빌딩 현 주인인 도이치자산운용과 재임대 계약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광화문을 떠나는 금호아트홀이 그간 클래식계에 한 공헌은 적지 않다. 390석 규모의 광화문 금호아트홀은 완벽한 음향 설계 시스템을 갖춘 공연장으로 널리 사랑받았다. 재단은 이곳에서 금호 영재·영아티스트 콘서트, 아름다운 목요일콘서트 등을 열어 한국 클래식을 풍성하게 했다. 아트홀 완공 전인 1997년 시작한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는 정경화, 정명화 등 한국 대표 연주자뿐 아니라 외르크 데무스, 하인츠 홀리거, 이고르 오짐, 미리암 프리드, 매슈 발리 등 해외 거장을 소개하는 장이었다.

또 1998년 시작한 ‘금호영재콘서트’는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란 재단 모토에 따라 어린 학생들을 위한 오디션과 독주 무대를 제공했다. 그 결과 20년간 이 프로그램이 배출한 음악 영재가 1000여명에 달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손열음·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고(故) 권혁주·김봄소리·신지아·양인모·임지영·최예은, 첼리스트 고봉인·문태국, 플루티스트 조성현, 오보이스트 함경,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이곳을 거쳐 성장했다. 특히 지원을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은 IMF 외환위기 직후 문화계 전반이 흔들릴 때여서 더욱 뜻깊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은 앞으로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라는 목적사업을 활발히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광화문에 작별을 고하고 새 출발을 응원하는 공연도 열린다. 25일에는 실내악 앙상블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가 광화문 금호아트홀에서 ‘메모리스 인 광화문’을 펼친다. 광화문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오는 30일 김진승 바이올린 독주회다. 다음달 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의 첫 아름다운 목요일 콘서트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가 함께하는 ‘다 카포: 처음부터, 새롭게’가 무대에 오른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