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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오면 ‘에취'…알레르기 비염, 얕봤다간 큰코다친다 [건강+]

증상 및 처방 / 콧물·재채기 등 감기와 초기증상 비슷해 /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는 경우 많아 / 방치 땐 축농증·천식·중이염으로 악화 / 유전·먼지·꽃가루 등이 주요 유발인자 / 병원 치료·생활 환경 개선 병행하도록

 

직장인 이모(42)씨는 아침마다 발작적인 재채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 후 사무실에서는 휴지를 가져다 놓고 줄줄 흐르는 콧물을 닦기 바쁘다. 그러다 콧물이 멈추면 이후에 찾아오는 코막힘이 괴롭다. 주변에서 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하지만 이씨는 “봄이 오면 으레 겪는 연례행사”라며 “심하면 코 세척해주면 조금 낫다”고 넘기고 있다.

4월 들어 일교차가 심한 날씨가 이어지며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재채기, 콧물, 코막힘 등 증상이 가벼운 감기와 유사해 이씨처럼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알레르기 비염 방치 시 수면장애로 인한 만성 피로, 천식과 부비동염(축농증), 중이염과 연결되는 만큼 정확한 진단을 통한 치료와 비염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간질간질 ‘에취’… 알레르기 비염 증가 추세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 물질(항원)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성인과 소아 모두에서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다. 보통 재채기·콧물·코막힘 등의 증세를 보이고, 심하면 눈이나 목이 가렵고 두통·코 부위 통증 등이 동반된다. 병을 유발하는 항원은 집먼지진드기, 동물의 털, 곰팡이, 꽃가루 등 흡입항원이 대부분이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인 오존, 이산화황, 질소화합물도 호흡기 증상을 악화시킨다.

최근 미세먼지 증가 등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은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질병코드 J30) 환자 수는 지난 2011년 이후 2017년까지 약 23% 증가했다. 지난 2011년 555만4712명에서 2017년 683만8323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연령별로는(2017년 기준) 19세 이하 미성년자가 총 270만5명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알레르기학회지에 발표된 ‘부모의 알레르기 비염과 자녀의 알레르기 비염의 관련성’(2013년)에 따르면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알레르기 비염이 있을 경우 자녀의 유병 확률은 2배 가까이 늘었다.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비염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자녀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발병률이 4배 이상 증가했다. 산전이나 출생 초기에 담배연기에 노출되면 이후 발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방치 시 부비동염, 중이염 위험… 집먼지 등 항원 차단해야

특히 소아 알레르기 비염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고 부비동염, 중이염, 인두편도비대증 등 합병증이 나타나기 쉬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소아 만성 부비동염 환자의 절반가량에서, 천식환자의 80%에서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심할 경우 코와 목구멍 사이에 몸속으로 나쁜 균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인두편도에 염증이 생겨 얼굴이 붓는 인두편도 비대증으로 얼굴형까지 변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위해서는 보통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발 항원을 차단할 수 있도록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기를 권한다. 유발 항원은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 등 검사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충혈제거제의 경우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주지만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혈관 확장 작용이 일어나 코막힘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일주일 이상 장기 사용을 해서는 안 된다.

김태훈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증상을 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병원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집 안에서는 집먼지진드기, 야외에서는 꽃가루 등 알레르기 요소 등에 노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집먼지진드기가 항원이라면 위생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침구류는 집먼지진드기 투과성을 낮춘 기능성 제품을 사용하고, 세탁을 자주하고 주기적으로 햇볕에 널어 말리는 것이 좋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